돌부리
문근영
돌에도 부리가 있네
새처럼 부리가 있네
새들은 노래하는데
입도 벙긋 못하네
그래서 그런지
심술이 잔뜩 났나 보네
느닷없이 발을 걸어
나를 넘어뜨리네
2행씩 4연으로 구성된 이 동시는 언어적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화자는 돌부리로부터 새의 부리를 연상한다. 부리가 있는 새는입을 벌려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돌은 부리가 있어도 입 한 번 벙긋 못하고 말 한마디 못한다. 끝내 심술이 난 돌은 '내' 발을 걸어 넘어뜨린다. 실상 돌이 '나'를 넘어뜨린 것이 아니라 '내'가 돌에 걸려 넘어진 것이 현실적 상황이다. 그런데 시인은 실제 상황을 상상력과 직관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발상의 전환은 부리라는 언어적 연상작용과 무생물인 돌을 물환론적 시각으로 인식하여 동심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시상 전개 과정이 재미있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동시로서 사물과의 교감도 꾀하고 있어서 표현된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 대구문학2021.6 아동문학 월평 김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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