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수상 동시집 《연못 유치원》

문근영 2019. 9. 30. 23:33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수상 동시집 《연못 유치원》

 

리듬감이 출렁이는

노래 같은 동시 55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어릴 적부터 귀에 익도록 듣고, 입이 닳도록 불러 온 노래다. 이 친숙하고 명랑한 동요가 한 편의 동시이기도 하다는 사실. 은성(隱星) 목일신 선생이 남긴 주옥같은 동시와 동요는 <자전거> 말고도 무수히 많다. <자전거>, <누가 누가 잠자나>, <자장가>, 아롱다롱 나비야> 등 400여 편에 달하는 동시, 수필, 가요 등의 문학 작품을 남긴 아동문학가 ‘목일신 선생’을 기리는 <목일신아동문학상>이 2019년 제1회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시적 대상과 한 몸이 되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선물 꾸러미를 꺼낼 줄 아는 시적 능력”(심사평)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문근영 시인은 2015년 『열린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와 2016년 <눈높이아동문학상>,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및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걸출한 시인이다. “마른 막대기나 기왓장 쪼가리에도 숨을 불어넣어 살아 펄떡이게 하는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이 한 권의 동시집 안에는 주위의 모든 사물과 동식물들이 싱그럽게 살아 숨 쉰다.


 

 

몽돌파꽃기왓장시내버스

눈길 닿는 모든 대상에 숨결을 불어넣다!

불쑥 “나도 모르는 새”가 몸속에 둥지를 튼다. 깃털 한 가닥 볼 수 없건만 소리만은 명징한 새. 바로 「딸꾹 새」다. 시인은 몸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소리에 생명을 입혀 세상에 없는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어쩐지 오래도록 내 안에 살고 있었던 것만 같은 딸꾹새의 정겨움이란. 시인은 이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눈길 닿는 주위의 모든 것에 숨을 불어 넣으며 포근히 감싸 안는다. 시인이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속에서는 그 대상이 하물며 잠든 듯이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무채색의 정물들일지라도 당장이라도 걷고 뛰며 이야기 나눌 듯 생동한다.

 

나도 모르는 새

내 몸속에

둥지를 튼 새

한번 울기 시작하면

침 삼켜도 딸꾹

숨 참아도 딸꾹

물 마셔도 딸꾹

돌아다녀도 딸꾹

도무지 그칠 줄 모르는 새

―「딸꾹 새」 전문

 

55편의 시편이 자리한 페이지 곳곳에는 정겨운 그림들이 어우러져 있다. 부드럽고 포근한 소품 같은 삽화들로 지면을 채운 그린이 김지원과 칼리 트호뫼흐 목은 각각 중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따르릉문화예술제>에 참가한 바 있는 김지원 학생은 목일신 선생을 기려 설립한 부천일신중학교 학생이며,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에 참가한 바 있는 칼리 트호뫼흐 목 학생은 목일신 선생의 외손녀이기도 하다. 아직 여물지 않은 손길로 정성스레 그려 낸 두 학생의 그림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언제라도 흥겹게 부를 수 있는 노랫말 같은 동시와 고운 선과 색으로 그려낸 동시의 주인공들이 이 한 권의 책에 옹기종기 자리해 있다.

 

문근영 시인의 「연못 유치원」 외 54편은 수수께끼 같은 호기심과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작품집이었습니다. 시적 대상과 한 몸이 되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선물 꾸러미를 꺼낼 줄 아는 시적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마른 막대기나 기왓장 쪼가리에도 숨을 불어넣어 살아 펄떡이게 하는 시인이었습니다. 금방 노래가 되어 불릴 것 같은 출렁이는 리듬감도 문학상의 취지와 잘 맞았습니다. 읽을수록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긴장감과 설렘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사람 냄새가 더 우러나오는 시를 많이 낳아 주시길 바랍니다

―심사평에서

 


<목일신문학상을 만들며>

1913년 고흥의 독립운동가 목치숙(본명 목홍석, 1992년 보훈처 애족장)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난 은성(隱星) 목일신 선생은 국민 동요 <자전거>, <누가 누가 잠자나>, <자장가>, <아롱다롱 나비야> 등 400여 편에 달하는 동시, 수필, 가요 등의 문학 작품을 남긴 아동문학가입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르고 퇴학을 당하는 등 독립운동과 문학으로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이며, 35년간 교직에 몸담아 국어 교사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바친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암울한 시대에 우리말과 우리글이 가진 아름다움을 실어 동심으로 시를 짓고 노래로 불러 몸소 민족혼을 일깨워 주는 한편 평생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자로 살아온 목일신 선생의 문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인간상을 정립하여 아동문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2018년 7월 사단법인 ‘따르릉목일신문화사업회’를 출범하였으며, 2019년 <목일신아동문학상>을 제정해 전국 공모를 실시하여 첫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우리 국어로 쓰인 동시를 많이 읽고, 꿈과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미래의 주인이 되길 희망합니다.

(사)따르릉목일신문화사업회·목일신아동문학상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