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구신문 - 낙동, 갈대

문근영 2019. 8. 4. 09:55

낙동, 갈대 - 문근영

 

 

갈대의 족속인 나의 계보에도

일렁이는 바람이 유전되고 있다

저 홀로 깊어지는 강물처럼

흔들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그 자리를 사랑으로 지키고 싶었던

낙동 물길은 일필휘지

바람이 오선지를 펼칠 적마다

날아간다, 박자를 맞추며 새들은 음표처럼

사랑으로 속이 여문 갈대는

조용한 울음으로 빛나는 자유를 꿈꾸고

새들의 귓속말도 악보의 빈칸마다 채워 넣는다

 

물이 데려온 흙더미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달빛 키워낼 때

가끔 흔들리지 않으려는 결의로

낙동, 갈대는 허리 통증이 깊을 것이다

가을이면 말라버린 잎들 하나씩

물속으로 고개 숙일 때

잎 꺾인 자리에서 돋으리라, 새잎

뿌리는 언제나 젖니처럼 환했으므로

내 마음 강을 흔들 때도

뼛속 어디에선가 바람은 불겠다


◇문근영(文近榮)= 1963년 대구출생. 효성여자대학교 졸업, 열린시학 신인작품상(15), 눈높이 아동문학상에 동시 ‘눈꺼풀’ 외 15편당선(16),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나무’ 당선(17), 서울문화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18), 신춘문예 당선자 시인 선 당선,금샘 문학상 당선.

<해설> 상류로부터 밀려오는 애환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갈대, 그러기에 그 야무진 속은 다 빠져나가 텅 비었는지도 모른다. 기나긴 삶이 고달픔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봄을 기다린다는 것은 꿈을 가진 때문이리라. 늘 속아왔던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정광일(시인)-

출처 : 대구신문(http://www.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