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지
윤석산
도로를 내기 위하여 지난 한 해 내내
산을 허물고
자르고,
그래서 생긴 절개지
한겨울 지나고 나니,
온갖 잡풀들 다시 어우러져
꽃을 피우며
벌겋게 드러났던 흙의 살점들 덮고 있구나.
머리를 깎고,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마취를 하고, 한참을 죽었다가 깨어나니
사라진 그녀의 오른쪽 가슴.
차량들 저마다 저마다의 힘으로 씽하고 달려 나가는
그 사이, 사이
설핏, 기우는 저녁노을 속
그녀의 절개지, 붉게 물드는 브래지어
아프게 감춰지고 있다.
-시집 『절개지』2018. 11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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