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두 배로 활용하기
정선희
자고 싶지 않은 밤 있지?
자고 나면 꽃이 피고
자고 나면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는,
낮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밤에 더 잘 보여
밤중에 귀를 귀울이면
하늘이 별을 돌리는 소리도 들리고
뿌리에서 펌프질해대는 나무의 숨소리도 들려
밤에 커피를 마시면
내 몸도 밤의 리듬을 타는 듯,
오래 전 천장을 뛰어다니는 쥐처럼
머리카락은 쭈삣
귓바퀴는 활짝
피는 두근두근,
숲이 밤에 살아 움직이듯
내 몸은 밤에 가동되는 보일러,
커피는 밤에 마셔야 하고
에스프레소로 마셔야 하고
빈속에 마셔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어
피곤한데도
자고 싶지 않는 그럼 밤 있지
그런 밤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카페라떼 위의 하트처럼
검은 눈동자를 하얗게 뒤짚곤 하지
흰 눈동자를 까맣게 풀리게 하지
『미래시학』 2017년. 가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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