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커피 두 배로 활용하기 / 정선희

문근영 2019. 1. 19. 08:47

커피 두 배로 활용하기 


정선희 



자고 싶지 않은 밤 있지? 

자고 나면 꽃이 피고 

자고 나면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는, 

낮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밤에 더 잘 보여 

밤중에 귀를 귀울이면 

하늘이 별을 돌리는 소리도 들리고 

뿌리에서 펌프질해대는 나무의 숨소리도 들려 

밤에 커피를 마시면 

내 몸도 밤의 리듬을 타는 듯, 

오래 전 천장을 뛰어다니는 쥐처럼 

머리카락은 쭈삣 

귓바퀴는 활짝 

피는 두근두근,  

숲이 밤에 살아 움직이듯 

내 몸은 밤에 가동되는 보일러, 

커피는 밤에 마셔야 하고 

에스프레소로 마셔야 하고 

빈속에 마셔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어 

피곤한데도 

자고 싶지 않는 그럼 밤 있지 

그런 밤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카페라떼 위의 하트처럼 

검은 눈동자를 하얗게 뒤짚곤 하지 

흰 눈동자를 까맣게 풀리게 하지 


『미래시학』 2017년. 가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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