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전의 별빛처럼 / 허만하
높낮이가 없어 보이는 평지에서 큰 강은 강폭을 앞세워 온몸으로 지표를 쓰다듬으며 의젓하게 흐른다. 같은 궤도를 밟는 낮달이 밤 달을 추월하지 않듯이, 같은 바다를 찾는 은빛 물길 속도는 앞서가는 물길을 추월하지 않는다. 흐름은 시간의 지속처럼 정확하다.
나의 관념은 흐르지 않는다. 한 자리에서 가늘게 떨 뿐이다. 페름기 죽은 시간이 가지런히 쌓여 있는 석탄층 검은 침묵 안에서, 시간 이전의 별빛처럼 최초의 표현을 위하여 보일락 말락 섬세하게 떨고 있을 뿐이다.
-모든:시. 2017 창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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