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의 노래 / 신달자
땀방울 하나를 따라간다
한 사내의 이마 위에 맺힌 땀방울이 턱 끝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내 긴장은 몇 천개의 물방울로 떨어지고
그 땀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은둔의 야성이 드러누운 의지를 이끌고
와와와 세상 밖으로 뒤쳐나와 순간 발을 멈추는
이 장면들
영상 38도
천도의 소리를 달구는 철근 공장의 사내
몸이 모두 불이되어있는 그들의
정신의 육체의
그리고 밥의 즙을
온 몸 줄줄줄 흘리는 사내들
아찔 아찔 어지러운 120층의
유리벽을 닦고 있는 줄 위의 사내 이마에도
육체는 버리고 삶은 끌어안는
허공의 땀
허공의 삶
불안불안 하늘과 구름과 세상사의 가슴 한쪽이 얼비치는
저 유리는 혼의 거울이 아니냐
두어 달 가게세가 밀린
두평짜리 공간에서 스테이크를 구우며
가스불 옆에 바짝 붙은 사내의 땀방울은 물이 아니라 피다
저기를 보아라 하루해가 지느라 얼굴 붉은 저녁
한숨까지 한 짐으로 올리는
북촌의 팔순 벙어리가
리어카에 잔뜩 폐지를 빌딩처럼 쌓아서
끄을고 가는 저 노을의 허기진 이마에 맺는 꽃 꽃 꽃
턱끝에서 땀방울은 결코 그 얼굴을 떠나지 않고
위로 솟구치며 스미고 스며들어
입으로 눈으로 귀로 다시 스며드는
검붉은 땀방울에 세상은 슬쩍 비켜서는가
아무 일 없이 빈손 헛발질로 골목을 걸어가는
한 중년 사내의 등에 나는 진땀은 보는 이 없이
무거워 허리 굽는다
손끝 발끝이 저리고
배꼽에 땀이 고이고
두 어깨가 내려앉아
사타구니가 다 젖도록 생의 사막을 쟁기질하는
사내들의 노역이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바로 일으켜 세우지 않겠느냐
물이라고
땀이라고 말하지 마라
그들 이마의 꽃으로 나도 덜덜덜 떨면서 오늘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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