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어느 날 들어가게 된 유리병 안
그때부터 난 시간이 되었어
날 보는 사람들은 여러 모습이었지
급하게 어디론가 뛰어가는가 하면
가만히 지켜보기도 했어
어느 날은 한 아기가 다가오더니
아래로 다 흘러내리기도 전에
뒤집어 놓기도 했어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있었어
아기는 훌쩍 소년이 되었지
그땐 날 뒤집지는 않았어
대신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더군
그리곤 뭔가 중얼중얼….
자세히 들어보니
10분 동안 자기를 소개하는 거였는데
듣다가 깜짝 놀랐어
내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아주 어릴 적
저는 모래시계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시간은 되돌려 놔도 쉬지 않고 흘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붙잡을 수 없는 게 시간이란 걸
알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며칠 후 소년은 환호성을 치며 날뛰었어
말하기 대회 상장을 흔들면서 말이야
나도 그날은 시간이 멈춘 듯
한없이 소년을 바라보았어
시간이 되고 나서
처음 행복을 느낀 날이었지
출처 : 문근영의 동시나무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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