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서림
詩는 가시 같은 것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스스로 가시가 되는 사람
목구멍으로 가시를 토해내다 막혀
눈알이 불거지도록
온몸으로 가시가 삐죽삐죽 비집고 나온다
시는 밥통 속에 식은 음식물 같은 것
복통 때문에
게워낸 토사물 같은 것
애써 빙 둘러서 피해 가고픈 것
불편한 진실 같은 것
때론 오물을 씻어내고 삭여주는 비와 바람
때론 가시를 밟고 가게 하는 부드러운 힘
말랑말랑한 말의 혀
순한 피를 가진 것
무수히 찔리며
구멍을 키워온 말
말의 푸른 이파리를 뜯어먹으며
둥근 구멍의 힘으로
가시를 뭉그러뜨리는 사람이 있다
시집 『버들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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