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최서림 시집 『버들치』- 시인

문근영 2018. 12. 20. 02:36

시인


    최서림



詩는 가시 같은 것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스스로 가시가 되는 사람

목구멍으로 가시를 토해내다 막혀

눈알이 불거지도록

온몸으로 가시가 삐죽삐죽 비집고 나온다


시는 밥통 속에 식은 음식물 같은 것

복통 때문에

게워낸 토사물 같은 것

애써 빙 둘러서 피해 가고픈 것

불편한 진실 같은 것


때론 오물을 씻어내고 삭여주는 비와 바람

때론 가시를 밟고 가게 하는 부드러운 힘

말랑말랑한 말의 혀

순한 피를 가진 것


무수히 찔리며

구멍을 키워온 말

말의 푸른 이파리를 뜯어먹으며

둥근 구멍의 힘으로

가시를 뭉그러뜨리는 사람이 있다




       시집 『버들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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