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차시(茶詩) 공모전 당선작] 신진련
대상
꿈차
대각사 팔각정에 앉아
쪽빛 도포에 찻상 받으시고
계단 올라오라 느린 손짓 하시는 아버지
살아 누리지 못한 여유가
이제야 피워 만드는 미소되어
손닿지 않는 찻잔 건네신다
밤낮 젖으며 매달렸던 고기잡이
눈치 없이 찾아온 패혈증 그늘에
잃어버린 온기가 찻잔에서
채워지지 않은 설익은 향기로
가슴을 피워 올린다
지치지 않는 해일로
밤바다 섬을 휘감아 올리던
태평양 물 끝 선창
혈기로 뛰어 오르던 바다
아버지는 그늘 없는 태양이었다
발바닥 서두름이 병이 되더라며
잠들기 전 다독이신 갈무리
한 잔 차로 다스리라는 울림이
옻칠 찻상의 묵힌 질감이 되어
나무결 타고 찰지게 흘러나온다
잠이 깊어지는 짙은 차 한 잔
가물거리는 뒷모습이 잰 걸음을 붙든다
낮은 마지막 말씀 대신
황칠 옻이 좋다는 꿈 이야기로
녹차밭 가르마길을 걸어와
높은 차 향기는 노을이 된다
심사평 / 상식을 벗어난 차시를 기다리며…
작품 수준이 예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차의 상식적 이해 수준에서 맴돌거나 차에 관한 지식을 나열하는데 그치는 경우도 많다. 차시도 시의형태를 갖춰야 하기에, 우선 상식을 넘는 그런 의미가 전달되어야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차에 관해 익히 알려진 지식들이나 뻔한 의미들로 쓰여진 작품을 제외시키고 나서도 몇몇 좋은 작품들이 남았다.
대상으로 뽑힌 <꿈차>는 발상이 좋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그동안 한 번도 권해 주지 않던 차를 권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표현에서도 ‘옻칠 찻상의 묵힌 질감이 되어/나무결 타고 찰지게 흘러나온다’와 같은 힘 있는 이미지들이 강한 메시지와 함께 시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금상으로 뽑힌 작품도 시적 형상화가 잘 된 작품이다. 특히 ‘바람이 쓸고 닦은 대청마루에/햇살이 손님인 냥 걸터앉았다’와 같은 탁월한 시적 형상화가 돋보였다. 그러나 ‘차선’에 대한 정보가 조금 더 깊이있게 제공 되었더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단체로 접수한 작품 36편이 주목을 끌었다. 좀 더 세심한 검토가 있었지만 대부분 시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상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현도 식상한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거나 차가 가지는 기본적인 의미 이상의 즐거움을 담고 있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게 했다. 이들에게 창작이란 바로 ‘낯설게 하기’와 ‘새롭게 하기’란 명제를 던져주고 싶다. 상식수준으로는 독자들을 사로잡지 못한다. 입선에 들지 못한 대부분의 작품들에서도 그런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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