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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4 제 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작] 정지윤

문근영 2018. 10. 23. 03:50

[2014 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작] 정지윤

 

소금

 

 

소금은

오는 거래요

 

먼 고래의 입김으로부터

학 한 마리 날아간 하늘로부터

염전을 지키는 할아버지 땀으로부터 온대요

 

저 깊은 바다를 향해

허리를 굽혀야 오는 거래요

 

바다가

하늘이

하얀 꽃을 피우러 오네요

 

하늘과 바다와 함께 일하는 염전

 

구름이 오늘은 먼 곳을 바라보네요

밀대가 밀리지 않을 만큼

소금이 왔어요

 

오늘은 간이 잘 맞는 날이에요

 

   

 

 

민들레 작전

 

 

이렇게 가벼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 왔을까

 

먼 바람에 실려 오는

낙하산 부대

내릴 곳 찾아 두리번거린다

 

먼지 낀 창문 틈

외딴 담벼락 그늘 아래

보도블록 사이

 

어디든 내려앉아

뿌리 내리려는 낙하산 부대

 

향기로운 침투 작전

 

   

 

 

매머드

 

 

사만 년 전에 살았던 아기 매머드가

냉동 상태로 발견되었대요

 

빙하기를 건너온

류바!

시베리아의 바람 소리가 나는 이름이에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류바의 식도에는 물이

위에는 어미젖이 그대로 남아 있었대요

 

방금 잠든 것 같은, 태아 감은 매머드

얼마나 추웠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선사 시대 초원에서는

매머드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았겠지요

빙하기는 왜 왔을까요

북극에서 빙하가 녹고 있어요

우리에겐 또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연구원들이 매머드를 복제하려고 한 대요

언젠가는 복제된 매머드들이

골목을 서성거릴지도 몰라요

 

그때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요

 

   

 

 

우리집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할머니 집에서

산다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엄마 집에서

산다

 

그럼

우리 집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인어 꼬리 옷

 

 

뉴질랜드에 인어가 살고 있대요

어느 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아줌마 얘기예요

 

아줌마 다리는 어디 있어요?”

수영장에서 한 아이가 묻는 말에 당황애서

나는 인어란다.”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인어 꼬리 옷을 입고 인어가 되었대요

 

꼬리 옷을 입는 순간

불행했던 일들을 흘러가 버려요

금빛 비늘을 반짝이며 물 위로 떠오르는 인어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영화처럼 살아요

 

물살을 박차고 나가는 인어의 꼬리가

유난히 환해 보여요

 

밤마다 내 휠체어가 들썩거려요

 

 

 

정지윤 _ 2009 시에 등단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시부문 당선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이순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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