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부문 당선작] 정지윤
소금
소금은
오는 거래요
먼 고래의 입김으로부터
학 한 마리 날아간 하늘로부터
염전을 지키는 할아버지 땀으로부터 온대요
저 깊은 바다를 향해
허리를 굽혀야 오는 거래요
바다가
하늘이
하얀 꽃을 피우러 오네요
하늘과 바다와 함께 일하는 염전
구름이 오늘은 먼 곳을 바라보네요
밀대가 밀리지 않을 만큼
소금이 왔어요
오늘은 간이 잘 맞는 날이에요
민들레 작전
이렇게 가벼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 왔을까
먼 바람에 실려 오는
낙하산 부대
내릴 곳 찾아 두리번거린다
먼지 낀 창문 틈
외딴 담벼락 그늘 아래
보도블록 사이
어디든 내려앉아
뿌리 내리려는 낙하산 부대
향기로운 침투 작전
매머드
사만 년 전에 살았던 아기 매머드가
냉동 상태로 발견되었대요
빙하기를 건너온
류바!
시베리아의 바람 소리가 나는 이름이에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류바의 식도에는 물이
위에는 어미젖이 그대로 남아 있었대요
방금 잠든 것 같은, 태아 감은 매머드
얼마나 추웠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선사 시대 초원에서는
매머드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았겠지요
빙하기는 왜 왔을까요
북극에서 빙하가 녹고 있어요
우리에겐 또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연구원들이 매머드를 복제하려고 한 대요
언젠가는 복제된 매머드들이
골목을 서성거릴지도 몰라요
그때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요
우리집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할머니 집에서
산다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엄마 집에서
산다
그럼
우리 집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인어 꼬리 옷
뉴질랜드에 인어가 살고 있대요
어느 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아줌마 얘기예요
“아줌마 다리는 어디 있어요?”
수영장에서 한 아이가 묻는 말에 당황애서
“나는 인어란다.”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인어 꼬리 옷을 입고 인어가 되었대요
꼬리 옷을 입는 순간
불행했던 일들을 흘러가 버려요
금빛 비늘을 반짝이며 물 위로 떠오르는 인어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영화처럼 살아요
물살을 박차고 나가는 인어의 꼬리가
유난히 환해 보여요
밤마다 내 휠체어가 들썩거려요
정지윤 _ 2009 시에 등단 제22회 전태일문학상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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