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푸림
성향숙
정오의 태양을 향한 편견,
구겨진 종이,
금간 유리창,
달라진 체온,
빛나는 얼굴에서 타인의 절망에 익숙한 원형
문 열면 시린 눈에서 층발하는 푸른 하늘과
스며들지 못하는 풍경의 신생들
눈을 뜰 수가 없다
낮잠은 잤나요?
이번 달 생리통은 있었나요?
수면제를 복용하나요?
그러니까
아름다운 노을은 고도의 먼지를 통과하는 것일 뿐
애초 붉은 색은 없다는 것
현대백화점 앞 태양의 뺨을 후려치는 여자와
담장 쪽으로 꽃을 토하고 사라진 남자와
너의 또 다른 욕망을 들킨 것
햇살이 네 얼굴에 뿌리는 소나기 같은 것
죽은 슬픔이 삐져나오는 것
문을 닫으면 비명을 내지르는 어둠이 있다
꼭 감은 눈에 붉은 색이 기울어지는 석양
입술에 노란 해바라기 압정
다시 문을 열면 질겅거리는 염소가 있다
눈 못 뜨는 고양이가 있다
—《시와 세계》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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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숙 / 경기도 화성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농민신문〉신춘문예 당선, 2008년 《시와 반시》신인상 당선. 시집『엄마, 엄마들』.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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