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가족 / 유계영

문근영 2018. 1. 2. 00:09

가족

 

   유계영

 

 

 

가족사진 속의 누군가는 앉은뱅이

매순간 떠날 것을 다짐하는

 

나는 불행이 방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본다

누군가 나를 부르면

내 이름은 거짓말 같았고

 

한 사람이 아프면 너도 나도 약을 먹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니까

 

숟가락 위로 떨어지는 빗물에

뼛가루를 개어 민속악기처럼 웅크린

마당에게 주었다

 

손은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 옆구리를 파고들지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

식탁에 오른 고기반찬들이 접시의 온도를 알아가는 중이고

나는 덜어먹는다 쓸데없이 각이 진 접시에

 

웃지 말고 잘 해, 이 고통에 어울리는

보람이라도 있어야지

우리는 어깨를 마주치기 위해

긴 헛소리까지 들어야 합니다

 

물을 빨아먹은 벽지가 마르고 나면

눈은 눈보다 크게 운다는 걸 알겠지

 

 

 

                        —《시와 반시》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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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영 / 1985년 인천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2010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 시집『온갖 것들의 낮』.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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