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다
고경옥
아파트 정문 앞 플라타너스 나뭇잎 사이로
빨간 우체통이 서 있다
그 앞을 오가며
아무도 모르게 그 속에다
낙엽이나 꽃잎을 집어넣을 때처럼
남편의 몸속에 쓰윽 손을 넣는 밤이 있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낙엽이나 꽃잎 같은 노래가 흐르는 몸
왜 그 순간 갑자기 편지가 쓰고 싶었던 걸까
분명 속으로만 되뇌었을 뿐인데
벌떡,
남편이 날 하얀 종이처럼 펼쳐놓고
편지를 쓴다
글자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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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안녕, 프로메테우스』/『현대시학』 시인선 003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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