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꽃집
신미나
한 잎, 두 잎, 꽃잎 낱장 떼며 가네 너를 잃고 백치처럼 나는 가네 송홧가루 날리는 맨발로 걸어, 해붉은 길을 걸어
이 고개 넘으면 바람이 점지한 사내 하나 만나 죄를 보태도 좋을라나 철없이 철딱서니 없이 천하게 웃음 흘려도 너는 다시 못올라나
사람아, 나는 입술이 까맣게 탄다 내 살로 태(胎)를 키워 네 피나 물려둘 것을 이 세월 늙어 내 눈에 꽃물 다 바래면 네 몸내를 잊으면
한 시절 약속 없이 어기고 지는 꽃낱이 섭섭만은 않을라나 손금 위를 비켜간 사내였어도
이윽고 흘러갔어도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2014년 창작과 비평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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