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2017년부산일보 신춘문예 영광의 당선자들) 새해 밝힌 문단의 희망들 "간절하면 끝까지 포기 말자"

문근영 2017. 1. 1. 23:24

▲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 더 나은 작품을 쓰겠다는 이들의 열망에서 문단의 새 희망이 엿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양예준(희곡), 신호철(단편소설), 조선호(평론), 김종호(시조), 문근영(동시), 김낙호(시) 당선자. 정종회 기자 jjh@

'기적 같은 일', '꿈같은 현실', '최고의 목표이자 성취', '영예이자 열병'….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고대하는 전화를 받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더 나은 작품을 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준비된 신인의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글쓰기는 내 인생의 버팀목

시 당선자 김낙호(54) 씨는 2004년 운영하던 업체 부도로 어려움을 겪을 때 시를 알게 됐다. 힘들었던 상황을 수첩에 메모하면서 '이게 시가 되겠구나'를 느꼈다. 그때부터 시 쓰기에 도전했다. 시인들을 만나 시작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고, 이론서를 4번 통독하고 요약본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밤낮없이 시 쓰기를 8년. 그동안 버린 작품만 수천 편에 이른다. 남겨놓은 40편의 시 중 30편은 지금 내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김 씨는 시 쓰던 지난 8년간 어려움도 극복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 10여 년간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당선된 시도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며 "고운 시어가 아닌 뭉클한 시를 쓸 수 있도록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단편소설 당선자 신호철(49) 씨는 대학 4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에 도전했다. 무려 8년간에 걸친 자료조사와 글쓰기로 첫 장편을 완성해낸 뒤 등단을 결심했단다. 단편소설을 쓴 것은 10년 정도. 김 씨 역시 수차례 낙선한 경험이 있다. 신 씨는 "실망과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써왔지만, 막상 아무 소식이 없을 때 밀려오는 절망감과 자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공계 출신으로 문학적인 감각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낀 탓에 이번 당선은 운이 좋았다던 신 씨는 "당선작 속 등장인물이 지독히 못난 인물인데 지금 내 모습과 비슷하다"며 웃음 지었다. 이번에 당선된 소설은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신 씨는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학이론과 문학을 접목한 장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당선자 중 최연소인 평론 당선자 조선호(24) 씨는 국어국문과에 재학 중인 문학도. 부모의 도움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지금이 오로지 글에 몰두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듯해서 과감하게 휴학계를 내고 1년간 평론 공부에 매달렸다. 영화평론 부문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한 2014년 처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보고선 영화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는 조 씨는 "BIFF를 몸소 느낀 뒤 부산일보에 글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첫 작품이 덜컥 당선됐다"고 웃음 지었다. 6개월은 지식 쌓기, 나머지 6개월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데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조 씨는 "처음엔 다양한 영화 이론 등을 인용했는데, 어느 순간 솔직하게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쓸지는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장르에 도전장 내밀어 성공

시조 당선자 김종호(59) 씨는 신춘문예 3관왕이다. 198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으로 등단한 이후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선 동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올해 시조에 당선되면서 이른바 '운문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김 씨가 시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시조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여 년 전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다.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던 김 씨는 이론과 창작을 겸비하면 좀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5년여 전부터 시조 쓰기에 나섰다. 절제된 언어로 간명하게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어려웠다는 김 씨는 "전통을 담아낸 일본의 하이쿠가 전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듯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시조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시 당선자 문근영(53) 씨가 문학에 눈을 뜬 것은 10년 전. 아이에게 학습지와 일기 쓰기 지도를 하면서 글 쓰는 즐거움을 얻었던 문 씨는 직접 써보자고 결심한 뒤 글쓰기에 들어갔다. 당초 신춘문예 시 부문에 꾸준히 응모했던 문 씨는 수차례 최종심 문턱까지 갔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고 슬럼프를 겪게 됐다. 장르를 바꿔보면 글 쓰는 시선이 좀 달라질 수 있다는 조언을 받고 지난해부터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를 쓸 때 읽었던 많은 작품을 떠올리면서 "이게 동시구나!"라는 깨우침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남편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당선 전화를 받고 꿈인지 생신인지 몰랐다며 웃는 문 씨는 "같이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만뒀다.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신춘문예 당선자의 80%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곡 당선자 양예준(50) 씨는 희곡을 써온 지 10년을 훌쩍 넘겼다. 서울 대학로를 다니면서 연극을 정말 많이 봤다. 연극을 볼 때마다 산 프로그램 가이드북으로 책장 책꽂이 두 칸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연극을 그토록 보고 공부를 했건만 왜 자꾸 낙선할까 생각해보니 무대만 생각했지 문학을 등한시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그래서 문학으로 눈을 돌려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한 양 씨는 희곡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재도전에 나섰다. 당선 공고가 뜬 뒤 허둥지둥 글쓰기에 들어갔던 예년과 달리 이번엔 여름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으면서도 잠자리에 들면서도 희곡만을 생각했다는 양 씨는 "여름부터 쓴 6개 작품 중 부산일보에 응모한 작품이 맨 마지막 글"이라며 "사회 현상을 직시하고 쉽게 써보자는 생각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도전하고 절망하기도 하면서 열정을 잃지 않고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양예준 당선자)라고 말하는 이들. "간절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서 문단의 새 희망이 엿보였다.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는 4년 만에 동시 당선자가 배출됐으며, 당선자 연령대는 50대가 주류를 이룬 가운데 20대도 포함됐다. 출신 지역 역시 부산시를 비롯해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대구시, 세종시 등 전역에서 골고루 나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출처 : 대구문학 – 시야시야
글쓴이 : 희망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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