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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재일 교포문학의 현주소는 이것이다”

문근영 2016. 9. 2. 02:48

 

“재일 교포문학의 현주소는 이것이다”

[현장] 원주 민예총 문학위원회 주최 재일 교포 김리박 시인 초청 세미나

 

 

“차라리 뒷간 속의 구더기 되어서도

내 맘은 내 맘이요 왜(倭) 속은 안 되리라

천 년을 두고 살아도 한 얼만을 지니리.

 

좋으료 시정살이 무명도 죽살이니

냉대가 만년이건 괄시가 천년이던

내 삶은 내 삶인 것을 울고불고 할까나.”

 

이 시조는 일본에서 70여 해를 살아온 재일 교포 시조시인 김리박 선생의 시조 <맑은 외침>이다. 차라리 뒷간 속의 구더기가 될지라도 울고불고하지 않고 왜가 아닌 배달겨레의 속을 지니고 살겠다고 김 시인은 외친다.

 

지난 8월 25일 강원도 원주시 원주역사박물관 시청각실에서는 일본 교토의 김리박 시인을 초청하여 특별한 세미나를 열었다. 원주 민예총 문학위원회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과 민예총 원주지부가 후원한 재일 교포 작가 김리박 시인 초청 세미나 “재일 교포문학의 현주소”가 그것이다. 이날 김리박 시인은 격정적이지만 때로는 차분하게 재일 교포의 근황과 교포문학의 현주소를 알려주었다.

 

“재일 교포문인들은 어려운 여건 아래서 지난 1992년 <재일한국문인협회>를 만들고 ≪한흙(大地)≫이라는 계간잡지를 50호째 펴내고 있다. 어느새 20돌을 맞이한다. 남의 나라에 살면서 한겨레의 말글을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면서 써 내려간 작품은 그러나 일본 안의 독자층은 옅다. 이 책은 한국과 북한에 모두 보냈는데 북한에서는 남한 것을 왜 보내느냐고 하고 한국에서는 왜 일본 것을 보내느냐는 반응이다. 이것이 현재 일본 내 교포문학의 현주소이다.”

 

김 시인은 재일교포를 정의하길 “재일 교포는 망국노, 망향자, 통일ㆍ민족화해촉구자, 이민자, 피기민자, 피차별자, 피억압자, 피배타자, 독특한 문화 창조자”라고 규정짓고 있다. 그만큼 복잡한 처지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또 “재일 교포는 남북한 양쪽 정부로부터 버림받아 서러운 세월을 살았지만 단 한 번도 믿나라(조국)를 버린 적이 없다.”라고 하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재일교포의 삶과 동포문학인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보였다.

 

 

   ▲ 재일 교포 작가 김리박 시인 초청 세미나 “재일 교포문학의 현주소” 모습

 

 

    

▲ 세미나 중 토론 장면 (오태권, 김리박, 김기봉, 이무권 / 왼쪽부터)

 

 

그 뒤 토론이 있었는데 한국문인협회 이무권 원주지부장은 “재일교포 문학인들이 점점 한글로 글 쓰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한국문인협회가 이어질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리박 시인은 ”나도 그것이 고민이다. 현재 한글로 글쓰기 하는 문인이 없고, 교포 2~3세가 한글을 모른다면 이제 한국문학은 재일 교포 사회에서 그 맥이 끊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둘 것인가? 이제라도 고국의 문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어떻게 해서라도 명맥이 끊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민예총 김기봉 원주지부장은 “대한민국은 이제 다문화 시대로 들어섰다. 외국인도 함께 어우러져 문화공동체를 이루면 살아가야 하는데 특히 나라밖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해외 동포문학에도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재일교포의 문학에 깊은 관심과 참여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원주가 그 구심점에 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원주 문인으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이날 청중으로 참여한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은 토론시간에 “김리박 선생은 재일 교포의 한을 부둥켜안고 토박이말로 그것을 승화해가는 위대한 민족시인이다. 우리는 그분에게서 재일 교포 문학의 빛을 보아야만 한다. 그간 주목을 받지 못한 재일 교포 문학을 끌어안고 아우르는 원주문학이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야말로 변방의 문학이 아닌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중심적인 중요한 일이다 ”라고 원주 민예총이 재일교포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 <재일한국문인협회>를 만든 잡지 ≪한흙(大地)≫ 48호 표지(왼쪽)

      김리박 시인이 펴낸 시조집 ≪믿나라≫

 

      

▲ 재일 교포 작가 김리박 시인 초청 세미나 “재일 교포문학의 현주소”

펼침막(위)과 세미나가 열린 원주역사박물관 

 

 

이 밖에도 이날 “구술문학과 그 가치”라는 주제로 오태권 국문학 박사가 제2발제를 맡았다. 또한, 강연 전에는 이장춘 씨의 오카리나 연주로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참석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날 세미나는 원주권 문학 그리고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청중들은 제1발제와 제2발제 주제가 연관성이 깊지 않고, 제2주제가 길어져 아쉬움은 있었지만 중앙도 하지 못하는 이런 세미나를 연 원주 민예총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원주가 변방으로서가 아니라 한국문학의 중심으로 재일교포 문학은 물론 중국과 기타 지역의 나라밖 교포문학도 끌어안는 큰문학의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8월 29일은 반만년을 이어온 나라를 치욕스럽게 빼앗긴 국치일이다. 국치일이 없었다면 재일 교포의 한 많은 삶은 전개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강제연행으로 시작된 재일 교포의 삶을 그려낸 재일교포문학에도 이제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이다. 그런 뜻에서 이번 원주민예총이 주최한 ‘재일 교포문학의 현주소’ 세미나는 중앙 문학계에서도 하지 못한 의미심장한 큰일이었다.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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