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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생강의 정악대금은 산조를 어떻게 요리할까?

문근영 2016. 8. 31. 07:26

 

 

이생강의 정악대금은 산조를 어떻게 요리할까?

 

[명반산책] 이생강 원형대금산조 음반

 

 

 

올해로 대금인생 66해를 맞이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예능보유자 이생강 선생. 그가 이번에는 정악대금으로 연주한 미공개 원형대금산조(散調) 음반을 세화엔터테인먼트(대표 김호심)를 통해 내놓았고. 유통은 신나라(회장 김기순)이 맡았다.

 

대금의 종류에는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이 있다. 정악대금은 주로 궁중음악이나 양반들의 풍류음악을 연주하려고 만든 악기로 다른 악기와 합주할 때 적합하다. 관이 길게 되어 있는 것도 다른 악기와의 음정을 고려한 이유이다. 그런데 정악대금은 취구가 작고, 지공이 넓어서 다루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호흡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산조대금과 같은 꺾기나 깊은 농음, 다루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에 견주어 산조대금은 대금산조 독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이다. 다양하고, 화려한 가락이 많아 손동작을 원활하게 하려고 정악대금보다 짧게 만들어져 손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할 수 있을까? 아니 연주할 사람이 있을까?

 

대금산조를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진도출신의 대금 명인 박종기(朴鐘기, 1879~1939) 선생이다. 선생의 유일한 대금산조 음반이 OK레코드에 녹음되어 전하고 있다. 당시 박종기가 산조를 연주할 때는 대금의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악대금을 산조나 시나위 연주에 사용했다. 곧 최초의 대금산조 연주는 산조대금이 아니라 정악대금으로 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 누가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할 것인가?

 

그런데 이생강 명인은 이번에 정악대금으로 산조 음반을 내놓았다. ‘정악연주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하면 어떻게 될까?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한 이번 음반에서 그 신기한 뻐꾸기 소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원시적인 궁금증은 네댓 장단만 진행하면 금방 잊혀버린다. 곧 명인이 정악대금으로 단지 음높이만 달리해 산조대금의 산조를 흉내 낸 것인지 아니면 투철한 도전정신이 빚어낸 작품인지는 진양 한 악장만 들어도 금방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정악대금 만이 가진 묵직하면서도 청아한 소리 속에 실리는 산조의 새로운 느낌 그 자체에 푹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조대금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묵직한 성음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며 들을 수 있는 독특한 경험도 이번 음반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최근 젊은 국악인들은 기본도 다지지 않은 채 퓨젼을 연주하려고 안달이다. 연주에서 된장 향기가 아닌 버터 냄새가 진동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선배 명인들의 곱지 않은 눈총을 받는다. 그런 이즈음 이생강 명인의 정악대금으로 연주한 산조 음반은 이 시대 젊은 국악인들에게 좋은 본보기이다.

  

 

명인은 오래전 아무도 하지 않던 국악과 양악 또는 가요 넘나들기(크로스오버)를 시도하여 성공을 거뒀지만 그것은 그저 단순히 잘난 체나 돈벌이에 급급해서 한 것이 아닌 진정한 국악사랑이었음을 이번 음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1937년에 태어나 7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대금연주가로 살아온 선생은, 이번 음반에서 산조 한바탕을 모두 정악대금으로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특히 음악사에 기록될 만하다. 그의 정악대금으로 한 대금산조 한바탕이 지니는 의의는 비로소 21세기 한국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시작점'이 도래했다는 뜻으로, 구체화한 담론을 음악계에 공격적으로 던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푹푹 찌는 한여름, 열대야에 사람들은 몸부림을 친다. 예전 선비들은 탁족을 했고, 지금 사람들은 에어컨 바람을 쐰다. 하지만, 탁족은 쉽게 할 만한 여건이 안 되고, 에어컨 바람 쐬기는 자칫 냉방병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대신 청량제 같은 이생강의 정악대금에 의한 산조 연주를 솔바람 쏘이며 들어보면 어떨까?

 

출처 :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글쓴이 : 김영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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