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은 민족영웅이 아니고 친일 반역자다
[현장] 파주시 6·25전쟁참전기념비 끝내 제막식 강행
▲ 6·25전쟁참전기념비 중 백선엽이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의 돋을새김 조각
경기도 파주시 분단의 최남단 임진각에서는 6월 25일 오전 파주시참전기념비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한 6·25전쟁참전기념비 제막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기념비의 실질적 추진체인 파주시 이인재 시장을 비롯하여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 그리고 인근부대에서 온 듯한 군인들과 시민 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선보인 참전기념비는 가로 13.15m, 세로 9.10m, 높이 4.35m 크기로 주최 측이 주장하는 6·25전쟁의 영웅이라는 백선엽 장군과 참전용사, 학도의용군이 진격하는 장면이 청동 재질의 돋을새김(부조)으로 새겨져 있다.
이와 함께 4개의 돌기둥에 참전용사와 학도의용군 1천347명의 이름 그리고 '자유여, 영원한 호국의 횃불이여'이라는 제목으로 쓴 이근배 시인의 헌시가 새겨져 있다. 파주시는 임진각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에게 안보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경기도로부터 지원받은 2억 원과 성금 2천여만 원으로 기념비를 건립했다.
시장은 지난해 7월 1일 부임 직후부터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 기념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계획했다. 애초에는 백선엽 동상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지역의 진보정당과 시민단체가 '친일인사 백선엽 동상건립 반대 파주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격렬히 반대를 한 탓에 백선엽 얼굴을 새긴 부조가 포함된 기념비를 세우기로 방향을 바꿨다. 그 결과물로 이날 6·25전쟁참전기념비 제막식을 연 것이었다.
▲ 파주시의 6·25전쟁참전기념비 제막식에는 군복과 제복 차림의 참석자가 많았다.
▲ 평화의 종각 마당에서 6·25전쟁참전기념비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친일인사 백선엽 동상건립반대 파주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들
하지만, 같은 시각 행사장 위 편 ‘평화의 종각’ 마당에서는 '친일인사 백선엽 동상건립 반대 파주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모여 6·25전쟁참전기념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김철기 공동대표(민족문제연구소 경기 고양파주지부장)는 “백선엽을 찬양하는 6·25전쟁참전기념비를 막지 못해 사죄드린다. 만주특설대 앞잡이였던 백선엽의 총에 죽어간 이름 모를 독립군 용사들과 민간인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아직도 이 나라엔 거대한 친일 조직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자!”라고 격렬한 감정을 쏟아냈다.
이어서 대책위 이영춘 공동대표(민노총 파주지부장), 김영대 공동대표(국민참여당 파주지역위원장), 안재형 파주 독도문화관 관장이 6·25전쟁참전기념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 파주시를 성토하는 김철기 공동대표, 이영춘 공동대표, 김영대 공동대표,
안재형 파주 독도문화관 관장, 파주시의회 안소희 의원(왼쪽부터)
▲ 기자회견장에는 욱일승천기와 만주국기에 둘러싸인 백선엽의 인형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파주시의회 안소희 의원(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은 “파주시의회와 파주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6·25전쟁참전기념비 건립 사업은 크게 잘못됐다. 파주시가 평화의 땅 임진각에 친일파 백선엽을 찬양하는 기념물을 세우는 등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주시민, 파주시의회 의원으로서 부끄럽다. 파주시는 친일파 백선엽을 앞세움으로써 순수한 참전 용사들이 들러리를 서는 꼴이 되게 했다. 이 기념비는 원천무효이며 철거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이윤옥 부위원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장교가 되어 제 겨레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독립군을 소탕하는데 앞장선 사람이 6·25전쟁 때 한 활동을 두고 전쟁 영웅을 만드는 나라는 지구상에 다시 없을 것이다. 민족정기가 얼마나 바로 서 있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통탄할 노릇이다. 국민 세금으로 과거 친일행적을 가진 자들의 동상을 세우려는 지자체 단체장의 그릇된 영웅 왜곡 현상은 시간이 아무리 흐르더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날 반대기자회견장에는 욱일승천기(태평양전쟁 때 일본이 쓴 깃발로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와 만주국 깃발을 두른 백선엽 인형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동상제막 반대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동두천 원정사 원정 스님은 “나는 누구와 다투거나 어떤 것을 주장한 적이 없던 불제자이다. 그런데 최근 뉴라이트와 박근혜 추종자들이 벌이는 일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지금은 역사왜곡이 심각하고, 이완용 때보다 더한 매국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 같아 이렇게 뛰쳐나왔다. 내가 머리를 길러서라도 이 일을 막을 수 있다면 막겠다.”라며 거꾸로 가는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침을 가했다.
▲ 기자회견장에서 짧은 대담을 나눈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이윤옥 부위원장(왼쪽)과 동두천 원정사의 원정스님
주말을 맞아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임진각 나들이를 했다는 파주시민 최경석(47살) 씨는 백선엽을 영웅시 한 이날 6·25전쟁참전기념비 제막식 행사를 지켜보며 “똑같은 모자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평화 광장에 수십 대의 전세버스도 동원 된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시민의 혈세를 써서 기념수건과 생수, 점심 도시락까지 제공하며 시민들이 원치 않는 친일인사 백선엽을 찬양하는 부조물 개막식을 강행하는 이번 처사는 심각한 역사 왜곡이며 이는 몰지각한 단체장의 천박한 역사의식에 기인한다.”라며 다음번 선거 때 반드시 그 심판이 따를 것이라며 혀를 찼다.
▲ 친일파 백선엽 인형 뒤로 파주시 주최 제막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보인다.
▲ 6·25전쟁참전기념비 전체 모습, 뒤에 평화의 종각을 무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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