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애송 사랑詩

[스크랩] 핀란드 달력 / 이동욱

문근영 2016. 6. 25. 03:51

핀란드 달력

 

  이동욱

 

 

 

눈밭을 걸어간다

작은 그녀는 사과를 먹고 있어

아무도 모르게

입안에 작은 상처가 생기네

 

내리는 눈은

작은 이빨처럼

한 번씩 눌러보고 싶지

 

호수 위로 번지는 입김

별은 녹으면서 서로가 측은해지네

사과는 한 입씩 그녀에게 쌓이고

눈밭은 짧아지네

 

사과가 모두 사라지면 그녀는

絃의 가슴을 갖게 되겠지

사과를 갖고, 이빨을 갖고 나서

눈밭을 벗어나겠지

 

사과와 자작나무와 늑대가 살고 있는

작은 상처를 만지듯

사과와 자작나무와 늑대를 외롭게 하는 계절과

외로운 계절과

 

 

 

                        —《시산맥》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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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 1978년 포항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 국문과 석사과정 수료. 2007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 시, 200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소설 당선.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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