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제26회 새벗문학상 동시 당선작] 류희
하늘이 내린 아침 눈밭
하늘이 어젯밤
우리들 앞에
하얀 도화지를 내려주었어요.
초롱이도 한 장
한솔이도 한 장
다정이도 한 장
눈 비비며 일어난 우리들은
도화지 앞에서 망설였어요.
우주 정거장에서 탐사하는 우주인을 그릴까?
먼 바다 항해하는 선장을 그릴까?
아니야, 아니야.
은반 위에 춤추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그릴 거야.
해님도 나지막이 내려와
ㅡ얘들아, 어서 네 꿈들을 그려보렴.
우리의 대답 대신
눈밭이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별을 닦나 봐요
누가 우리들 몰래
사다리 타고 올라가
하늘의 별을 닦나 봐요.
보석을 닦듯
뽀얀 조각구름으로
별을 닦나 봐요.
자동차 매연
쓰레기 소각장 연기가
날마다 하늘을 그을려 놓아도
별들은 언제나
반짝!
반짝!
빛나는 얼굴이에요.
*본명 : 류영순
*1965년 전남 영광 출생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2005년 아동문학평론 동시부문 신인상
심사평 / 동시부문 동심적 발상과 소망의 메시지
『새벗문학상』이 제 26회를 맞았다. 심사 위원들은 겨울 찬바람도 잊은 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신인을 맞을 기대로 상기된 얼굴로 모였다.
동시 부문은 새벗문학회를 이끌고 있는 김재용 회장과 제8회 동시 부문 당선자인 김용섭 시인이 맡았고, 동화 부문은 아동문학 박사인 박상재, 정혜원 동화 작가가 맡았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동시 100년을 맞았던 동시인들의 자긍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단했다.
동시 부문은 마지막 최종심에 오른 네 분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군포 출신의 김두례의「한 식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외롭게 사시는 할머니가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지어 놓은 것과 똥을 눠둔 것을 보고도 '고것 참' 하시며 제비를 한 식구로 대견하게 여기는 생명 사랑이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함께 보내온 작품들이 그만그만했다.
제천 출신인 이우식의「떡시루 속의 콩나물」은 각 연의 형태미가 삼각형으로 시각적 형태미를 높였고, 콩나물의 성장적 속성을 시적 화자와 동일시 표현 등 시적 완성미가 그만했다. 함께 보내 온「고인돌 별자리」는 우주적 소재가 마음을 끌었으나 시적 주제가 모호해서 다음 기회로 밀려났다.
대구 출신의 이윤경은 시적 연륜과 자질이 믿음직스러웠다.「아무도 모를까봐」에서 지구가 병들어가는 것을 시적 화자인 공룡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공룡처럼 우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우리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걸/ 아무도 모르고 있을까봐/ 오래 전에 잠든 공룡들이/ 바위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3연)
1연에서 아무도 모를까봐/ 공룡이 이 땅의 주인이었던 사실과 3연의 우리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걸 모르고 있을까 봐에서 바위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를 대칭시킴으로 시인의 시적 경험이 독자들의 공감대를 포용케 했다. 옛날 옛날 공룡이 이 땅의 주인이었다는 사실을 모두 잊고 지내듯 지구가 병들어 가면 우리도 공룡처럼 이 땅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따끔하게 침을 놓는다. 그러나 '바다 속에서 잠든 공룡이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의 이미지는 이미 다른 시인들의 것을 차용한 듯 싶었다. 함께 보내 온「나무 학교」도 수준작이어서 당선작과 끝까지 겨누게 되었다. 다음 기회에 대성할 듯싶다.
당선작은 결국 제 24회와 제 25회에 연이어 새벗문학상 본심에 올랐던 광주 출신의 류희(류영순)의「하늘이 내린 아침 눈밭」과「별을 닦나 봐요」가 차지했다.
하늘이 내린 아침 눈밭은 하얀 도화지라는 동심적 발상으로 우리네 어린이들의 소망적 꿈을 시적 메시지로 올곧게 마음의 붓으로 자기들의 미래상을 그림으로 그렸다. 초롱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우주인인 광주 출신 이소연의 분신이요, 다정이는 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의 분신인 듯싶다.
우리네 어린이들에게 소망을 심어주시는 그 분의 음성을 듣는 순간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번쩍이는 박수를 보내 주시는 끝 연 끝 행은 이 시의 절정이다. 끝마무리가 반짝인다.
「별을 닦나 봐요」역시 동심적 발상의 소망적 메시지다. 부디 신선한 바람으로 새벗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한다.
동시 부문 심사위원 김재용, 김용섭
*문학의 만남
'한국인 애송 사랑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염근수]낙엽(사이버 아동문학관) (0) | 2018.02.19 |
---|---|
[스크랩] [박두순]새 (0) | 2018.01.31 |
[스크랩] 핀란드 달력 / 이동욱 (0) | 2016.06.25 |
[스크랩] [남정률] 겨울이 고마운 이유 (0) | 2016.02.26 |
[스크랩] 손을 잡는 행복 / 유병길 (0) | 2015.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