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김혜선
커피물이 끓는 동안
접시 두 개, 컵 한 개를 씻고
닭가슴 한 조각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브로콜리 너마저 룩셈부르크로 말을 달리고
그는 콜롬비아에 있네
봉쇼를 생각한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며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고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를 생각하고
그는 나 홀로 길을 가네를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하네
커피콩을 따는 소녀의 눈동자가 스팽글처럼 반짝인다 하네
그가 듣는 홀로와 길 사이 소녀의 기침소리가 섞이네
창문을 열고 빨래를 널다
우주의 섬으로 낚시여행을 생각하네
닭가슴을 꺼내고
가수 택연의 근육과
근육으로 만들어진 우주선을 생각하네
나는 반짝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히치하이킹한 우주선을 타고
콜롬비아커피를 마시네
그는 콜롬비아에 있고
나는 컵 속에 톡톡 터진 소녀의 눈동자를 담그네
* 박민규의 소설
—《현대시》2013년 1월호
-------------
김혜선 / 경남 통영 출생. 2009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소파(외 1편) / 송재학 (0) | 2016.04.29 |
|---|---|
| [스크랩] 모닥불 감동 / 김남조 (0) | 2016.04.29 |
| [스크랩] 냄비 손잡이에 관한 보고서 / 김지요 (0) | 2016.04.29 |
| [스크랩] 가야, 보랏빛 왕조 / 유안진 (0) | 2016.04.29 |
| [스크랩] 말의 재활용 / 한혜영 (0) | 2016.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