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랄던
천외자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하늘에서 꽃잎이 피어날 때 땅 끝에서도 피어납니까
서쪽 하늘에서 피어나는 향기로운 저녁놀은
장미화원에 있는 코랄던*, 몽파르나쓰, 라위니아, 티네케의 내일일지 모릅니다
죽음이 선고가 아닌 선택이라면
라일락을 고르고 이팝나무를 고르듯 내 죽음을 고르겠습니다
백 년을 살고 이백 년을 살고 싶어
또 다른 목숨을 꿈꿔봅니다
내일은 코랄던이 나를 지속시켜 주기를
잎이 돋아날까요
분홍빛 탐스러운 꽃이 필까요
장미 가시가 솟을까요
어린 왕자가 하루에도 사십 번이나 지는 해를 바라보았던 곳
제 장미에 줘야 할
물 한 모금을 적선하는 곳
내 목숨을 서쪽 하늘의 코랄던이라고 부르면서 행복합니다
그 바닷가에서 해가 지기를 기다립니다
삼십 분 간
그 이후는 없습니다
장미의 시간입니다
———
* 분홍빛 꽃이 피는 덩굴장미 이름.
—《시와 미학》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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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외자 / 1961년 경북 안동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 『그리움을 놓아주다』.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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