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코랄던 / 천외자

문근영 2016. 4. 28. 06:23

코랄던

 

   천외자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하늘에서 꽃잎이 피어날 때 땅 끝에서도 피어납니까

 

서쪽 하늘에서 피어나는 향기로운 저녁놀은

장미화원에 있는 코랄던*, 몽파르나쓰, 라위니아, 티네케의 내일일지 모릅니다

 

죽음이 선고가 아닌 선택이라면

라일락을 고르고 이팝나무를 고르듯 내 죽음을 고르겠습니다

 

백 년을 살고 이백 년을 살고 싶어

또 다른 목숨을 꿈꿔봅니다

내일은 코랄던이 나를 지속시켜 주기를

 

잎이 돋아날까요

분홍빛 탐스러운 꽃이 필까요

장미 가시가 솟을까요

 

어린 왕자가 하루에도 사십 번이나 지는 해를 바라보았던 곳

제 장미에 줘야 할

물 한 모금을 적선하는 곳

 

내 목숨을 서쪽 하늘의 코랄던이라고 부르면서 행복합니다

 

그 바닷가에서 해가 지기를 기다립니다

삼십 분 간

그 이후는 없습니다

 

장미의 시간입니다

 

 

———

* 분홍빛 꽃이 피는 덩굴장미 이름.

 

 

 

                       —《시와 미학》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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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외자 / 1961년 경북 안동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 『그리움을 놓아주다』.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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