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전동균
오동꽃이 피었다 마당에
가슴뼈 같은 줄을 내걸고 이불을 펼쳐 널었다
먹고살 생각, 여자 생각에 뒤척이던 밤들이 놀라 두리번대다가 이내 공손해진다
모든 빛을 삼키고 내뿜는 자줏빛 불이 타오른다는 건
흙들이 술렁인다는 것,
종달새가 울듯 이름 부를 신조차 없는 사람들 많아지고
살아서는 차마 못 잊힐 일들이
자꾸만 생겨난다는 건데
몸이랄 것도, 마음이랄 것도 없이
헐렁한 슬리퍼를 끌고 나와 먼지를 터는
나 같은 놈도 손님이라고
타닥타닥 반갑게 튀어 오르는 햇볕들
무슨 부끄러운 질문을 받은 양 좁은 마당은 일어섰다 누웠다 서성거린다
세상은 괜히 하늘 저켠에 닿을 듯 높아지고 높아져서
이사를 할까? 새장가를 들까?
망설이는 바람의 이파리들 사이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은
조용한 웃음이 몇
얼룩처럼 번져오고
—《현대문학》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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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균 / 1962년 경주 출생. 1996년 《소설문학》으로 등단. 시집 『함허동천에 서성이다』『거룩한 허기』등. 현재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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