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위의 것들
이영광
언 강에 나간 아이들이 돌을 던지면 두루미들은
달리는 듯 나는 듯 푸드득거리다가
저만치, 얼음 위에 또 내려앉는다
도약 직전의 종종걸음, 모든 날것들의 비상에는
어딘가 펭귄 같은 순간이 들어 있다
조류는 정말로 저 공룡시대에 네발짐승에서
두발짐승으로, 새들로 진화했을까
포식자의 이빨에 쫓기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무 위로
공중으로 날아올랐을까
공중엔 길이 없다 모든 절체절명이 앞발을
날개로 바꿔놓지는 않는다 수만년, 수십만년의 발버둥 가운데
수백만년의 살육 가운데
어떤 한줌의 비명이 공중으로 구사일생했을 뿐
새들은 발을 잃은 불구가 아닌가
디딜 땅이 없었던 것, 땅에선 안 된다는 것,
하지만 새가 아닌 것들에게 공중이란 무엇인가
새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없는 것들에게
공중이란 대체 무엇인가
포식자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저 쇠로 얽은 둥지 위의 것들은 왜 날지 않는 거지?
돌이 날아오면 뛰는 듯 나는 듯 퍼덕거리다가
다시 언 땅에 언 날개를 끄는
저것들은 실패한 진화이다
참혹한 퇴화이다
먹을 것은 죄다 땅에 있지 않은가
디딜 땅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하늘은 땅의 마지막
살이라는 것
차곡차곡 두 발로 공중을 걸어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인간 새들을 보며
피 묻은 깃털을 입에 물고 포식자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저 둥지 위의 것들은 왜 날개를 만들어 붙이지 않는 거지?
—《창작과비평》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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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 1965년 경북 의성 출생. 1998년 《문예중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그늘과 사귀다』『아픈 천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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