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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너의 머리를 잠시 빌리기로 하자
개에게는 개의 머리가 필요하고 물고기에게는 물고기의 머리가 필요하듯이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하자
정면을 보는 것과 정면으로 보는 것
거울은 파편으로 대항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어김없이 멀리 와 있어서
나는 종종 나무토막을 곁에 두지만
우리가 필체와 그림자를 공유한다면
절반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겠지
몸을 벗듯이 색색의 모래들이 흘러내리는 벽
그렇게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나의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을 가려보기도 하는
왼쪽으로 세 번째 사람과 오른쪽으로 세 번째 사람
손목과 우산을 합쳐 하나의 이름을 완성한다
나란히 빗속을 걸어간다
최대한의 사과로 최소한의 벼랑을 떠날 때까지
—《포엠포엠》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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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 1986년생. 서울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201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elliott1979@hanmail.net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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