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박찬세
어미는 꿈을 꾼다
지붕마루에 까치가 우는
잘못 묵은 지붕은 무엇으로 한을 달래나
빠진 앞니를 구렁이가 물어 가면 아이는 말을 잊는다지
어미는 또 까무룩 구렁이 꿈을 꾼다
아이는 말을 잊고
말을 잊은 아이에게 글을 가르칠 땐
창문에 입김을 불어 글을 쓴다지
흐려진 풍경이 어미의 손끝에서 선명해지고
아이의 혀가 담을 타고 넘어 간다
담 아래 아이는 왜 웃고 있을까
비는 어둠을 빌어 내리고
창문이 환한 방을 창밖으로 던질 때
아이가 잃어버린 발음들의 빈 방을 적신다
구렁이 비늘이 창문에 돋아난다
—《유심》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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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세 / 1979년 충남 공주 출생.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년《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pcsworld@naver.com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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