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
안정혜
아직 발굴되지 않은 동굴의 입구다
사각 프레임은
이끼의 푸른빛과
공명이 울리는 내부를 표현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표정을 지어보지만
삐딱하게 자라난 종유석의 각도와
정처 없던 박쥐 떼의 비행법을 증명할 수 없다
겹주름 속 돌개바람
어둠의 밀도가
잠잠히 맑은 물로 흘러가는 과정을 어떻게 이해시키나
햇볕 아래 탱자 열매
우레 소리
무지개의 빛깔들
만질 수 없는 세계를 향해
석순은 돋아나와 촉수를 뻗는다
내 안쪽 미답의 동굴에는
아직 풋감이 떫고
검은 등 물고기 떼가 요동치고 있는데
쳐들어오는 빛줄기 앞에서
미소가 자꾸 내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문학나무》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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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혜 / 1965년 경북 봉화 출생. 2010년《시안》 신인상을 통해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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