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사이
박덕규
연탄집게로 연탄을 집어든 어머니가
마당을 뛰어가신다.
연탄을 든 어머니의 한쪽 어깨가 올라가고
반대편 어깨가 낮아졌다.
어머니의 연탄 든 팔과 기운 몸 사이에 큰 틈이 생겨나 있다.
그 틈으로 바람이 예사롭게 지나다닌다.
지금 내 아내보다 더 젊은 어머니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연탄을 집어 들고 마당을 뛰어가신다.
어머니의 연탄 든 팔과 기운 몸 사이의 틈으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어머니가 입은 치마가 살랑거린다.
한번은 그 연탄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어머니 몸이 공중에 떠오르기도 했다.
그 때도 어머니는 공중을 뛰어가셨다.
꼬리치며 쳐다보던 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머니의 연탄 든 팔과 몸 사이가 크게 벌어져
그 틈으로 비행기가 지나가기도 했다.
아내는 어머니 흉내를 잘 낸다.
그래도 연탄을 집는 일은 없다.
연탄 힘으로 공중에 떠오르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아내와 아내보다 젊은 어머니 사이에 틈을 그려 본다.
나는 그 틈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내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있다.
—《시와 정신》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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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규 / 1958년 경북 안동 출생.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0년 〈시운동〉으로 작품 활동. 1982년 〈중앙일보〉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등.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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