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독감 / 최라라

문근영 2016. 4. 2. 04:12

독감

 

   최라라

 

 

 

오늘 내가 왜 행복한가 생각해 봤더니

어젯밤의 악몽 때문이었다

반만 잠든 내가

반만 깨어있는 네게로 건너가고 있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는데

누군가 자꾸 내 몸을 닦으며 울고 있었다

너는 차갑고 나는 뜨거웠는데

너도 같이 뜨거워져 길길이 날뛰는 순간이 좋았다

방 구석구석 헤매며 목 터져라 울부짖는 순간이

좋았다

네가 반쪽의 내 심장을 차갑게 쓸어내렸을 때

나는 꿈이라는 걸 알았다

조금씩 네가 되어 싸늘해져가는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열린 시학》2013년 봄호

-------------

최라라 / 1969년 경주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1년 《시인세계》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