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최라라
오늘 내가 왜 행복한가 생각해 봤더니
어젯밤의 악몽 때문이었다
반만 잠든 내가
반만 깨어있는 네게로 건너가고 있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는데
누군가 자꾸 내 몸을 닦으며 울고 있었다
너는 차갑고 나는 뜨거웠는데
너도 같이 뜨거워져 길길이 날뛰는 순간이 좋았다
방 구석구석 헤매며 목 터져라 울부짖는 순간이
좋았다
네가 반쪽의 내 심장을 차갑게 쓸어내렸을 때
나는 꿈이라는 걸 알았다
조금씩 네가 되어 싸늘해져가는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열린 시학》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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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라 / 1969년 경주 출생.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1년 《시인세계》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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