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우주
박정원
막 깨어난 애기나비가 뭉클,
나무만 보고 걷던 나를
꼼짝 못하게 묶는다
어쩜 저리 여린 깃이
애벌레에서 나올 수 있을까
날 수는 있을까
젖은 날개는 언제 마를까
순한 그 고요 앞에서
박새의 작고 뭉툭한 검은 부리가
번개처럼 날카롭다고 느껴지는 순간
한 묶음의 고요가 출렁!
끊긴다
있던 자리에
애기나비가 없다
소란스런 쪽으로 흰뺨박새가 유유히 사라진다
한세상이 오다가 빤히 내 보는 앞에서 쓰러진다
먼저 살아 본 이파리들이
애기나비와 박새를 번갈아 내려다보는 층층나무아래
박새일까 쇠박새일까 진박새일까 되뇌어보는
그 짧고 짧은 사이
—《시와 소금》2012년 겨울호,
《애지》2013년 봄호_이계절의 시
------------
박정원 / 1954년 충남 금산 출생. 199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세상은 아름답다』『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꽃은 피다』『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고드름』『뼈 없는 뼈』.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암연의 시간 / 김경성 (0) | 2016.04.02 |
|---|---|
| [스크랩] 내가 오리고기를 구울 때 / 김도언 (0) | 2016.04.02 |
| [스크랩] 바리연가, 막다른 골목 (외 1편) / 강은교 (0) | 2016.04.02 |
| [스크랩] 선 / 김지녀 (0) | 2016.04.01 |
| [스크랩] 비눗방울 / 김영미 (0) | 201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