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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 접시가 되기 오분 전 (외 1편) / 최진화

문근영 2016. 3. 31. 07:01

한 접시가 되기 오분 전 (외 1편)

 

   최진화

 

 

 

비늘이 튄다 살갗을 떨어져 나온

물의 기억들이 공중으로 튄다

이제 그를 단단하게, 부드럽게

윤택하게 치장하던 날개는

비린 도마 위에 낭자하다

 

너를 향해 얼굴 붉히던 지느러미

춤을 추던 잿빛 꼬리

날선 칼끝에서 사라진다

 

피가 붉지 못한 족속들

아직도 흘리지 못하는 피를 그리워하며

다시 칼을 기다린다

펄떡이는 심장 주저앉히지도 못한 채

 

 

 

푸른 사과의 시절

 

 

 

오늘도 민이의 자리에는 가방만 앉아 있어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지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 같아

엄마의 치마꼬리만 붙잡고 또 가버렸어요

얼룩진 불안으로 가득 찬 하루가 시작되네요

 

내가 푸른 사과일 적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놓쳐버린 손과

땅거미 밀려오는 골목길을 헤매던 목메임과

불 꺼진 방에서 홀로 깨어나던 어둠이

소리 없이 크던 가지마다 매달려 있었지요

 

사과는 익지도 못하고

가을 없는 겨울을 맞으며 얼어갔어요

눈보라 속에서 붉은 노을을 삼키며

잘라진 시간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워갔지요

 

잊었던 푸른 사과의 시절이

나를 다시 찾아오네요

 

 

 

                       —시집『푸른 사과의 시절』(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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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화 / 경기도 동두천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2005년 《문학나무》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푸른 사과의 시절』.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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