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박선경
가족들은 언제나 둘러앉는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둘레가 되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잘 들어맞지 않는 품을 주고받으며
우물가 어긋나게 포개어지는 돌들처럼
깊어가는
여자는 그곳에서 우물이 되었다
걸음마를 뗀 아기가 우물가로 다가온다
고요한 파문처럼
헐거워진 시간을 맴도는 봄
그녀에게 시간은 세상 밖으로 쌓아가는 일이 아니라
안으로만 깊어가는 것
물 위로 꽃잎이 진다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일렁인다
들여다볼수록
여러 겹 파문으로 지는 대답
우린 곧 더 큰 우물이 되겠구나
까르르 아이의 웃음소리가
여자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가족들은 언제나
이곳에 둘러앉는다
—《시에》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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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 1973년 서울 출생. 숭의여대,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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