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우물 / 박선경

문근영 2016. 3. 29. 05:35

우물

 

   박선경

 

 

 

가족들은 언제나 둘러앉는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둘레가 되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잘 들어맞지 않는 품을 주고받으며

우물가 어긋나게 포개어지는 돌들처럼

깊어가는

 

여자는 그곳에서 우물이 되었다

 

걸음마를 뗀 아기가 우물가로 다가온다

고요한 파문처럼

헐거워진 시간을 맴도는 봄

그녀에게 시간은 세상 밖으로 쌓아가는 일이 아니라

안으로만 깊어가는 것

물 위로 꽃잎이 진다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일렁인다

들여다볼수록

여러 겹 파문으로 지는 대답

 

우린 곧 더 큰 우물이 되겠구나

 

까르르 아이의 웃음소리가

여자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가족들은 언제나

이곳에 둘러앉는다

 

 

 

                      —《시에》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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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 1973년 서울 출생. 숭의여대,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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