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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손바닥 위를 걷다 - 문근영

문근영 2015. 11. 12. 07:53

 

 

손바닥 위를 걷다 - 문근영

 

 

 

둥글게 말았던 손바닥을 펴면 깊이만큼

넓이만큼 붉고 선명한 길 보인다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여정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덧 중년이다

 

약지 아래 북극성을 띄워놓았으나

예지력이 모자라서인지 나의 미래는 오리무중

굽이치는 길을 가졌다 하나 어디에도 우연이란 없었다

 

어쩌다 흔들리는 달이 떠서

슬픔의 전율도 절망도 손바닥 위를 지나갔다

때론 이정표 없이 비틀거리다가 휑하니 쓸려가는 발자국들

손가락 마디마디 박힌 굳은살이

다시 시간의 태엽을 감고 있었다

 

돌아갈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려준 건 신기루였다, 뜬구름이라도 밀고 나가라는

편도의 나날들이여, 젖은 눈썹 사이에서 새어나온 별빛을

손바닥이 닦아줄 때, 어느 날인가 세워질 엄지는

 

조금 더 밀어냈을 뿐이다 몸 밖으로 엄지손톱을

나는 희망인 듯 여러 빛깔의 별

손톱 끝에 걸어놓는다

출처 : 대구문학 – 시야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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