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10회 《유심》 작품상 - 터미널 2/이홍섭

터미널 2

 

이홍섭

 

 

강릉고속버스터미널 기역 자 모퉁이에서

앳된 여인이 갓난아이를 안고 울고 있다

울음이 멈추지 않자

누가 볼세라 기역 자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다

 

저 모퉁이가 다 닳을 동안

그녀가 떠나보낸 누군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녀는 모퉁이를 오가며 울고 있는데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아이는 앳되고 앳되어

먼 훗날, 맘마의 저 울음을 기억할 수 없고

기역 자 모퉁이만 댕그라니 남은 터미널은

저 넘치는 울음을 받아줄 수 없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 돌아오는 터미널에서

저기 앳되고 앳된 한 여인이 울고 있다

 

 

<<이홍섭 시인 약력>>

 

*1965년 강릉 출생.

*1990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숨결』『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터미널』.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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