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남 화순의 고인돌유적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고할머니 전설이 깃든 크기 730cm의 거대한 핑매바위 고인돌에 '여흥민씨세장산(驪興閔氏世葬山')이라는 글씨가 새겨 있음에 놀랐습니다. 백여 년 전 세도가인 민씨 일가가 귀한 문화유산인 고인돌 몸 한가운데 글씨를 새긴 것입니다. 세계문화유산이 민씨가에 의해 사유재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2005년 창경궁 명정전에서 있었던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만찬 논란을 알고 있습니다. 궁궐에서 만찬을 연 것에 대해 문화재청은 빗발치는 비난에 곤혹스러워했지요. 그런데 단순한 만찬이 아니라 술이 대량반입되고 담배까지 피웠으며, 음식을 데우기 위한 전기시설도 동원됐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후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인 궁궐을 짓밟은 한심한 사건이었다고들 사람들은 입을 모았었지요.
이러한 저간의 비난이 있었음에도 지난 26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대통령영부인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배우자들과 만찬을 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만찬장인 ‘기획전시실1’은 음식물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 곳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먹고 마시는 곳으로 꾸민 사람들은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유물을 전시해놓은 전시관에서 만찬을 하는 경우는 없다.”라며 기가 찬다고 말합니다.
전남 화순의 소중한 고인돌에 턱허니 가족 무덤임을 알리는 표지석으로 삼은 백여 년 전 민씨 일가는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였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관심과 그 소중함을 강조하는 시대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이런 소식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안다면 무어라 말해야 할는지요?
독자 강민정 / 주부,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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