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1991년 동아일보 당선작

문근영 2015. 2. 21. 08:19
심사평 : 유종호 , 신경림


어떻게 된 일인지 비슷비슷한 내용과 형식의 시들이 너무 많다. 일부 응모자들이 신춘시에 어떤 틀이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거기에 맞춰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결같이 노래가 없고 산문적이다.
장대송의 '초분'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이 시가 산문으로 떨어지지 않은 거의 유일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말에 대한 빛나는 감각도 살만하고 곳곳에 시적 재치가 번뜩이기도 한다. 하지만 '초분' 한 편을 빼놓고 다른 시들은 너무 내용이 모호하고 말장난을 심하게 해서 시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린다. 시가 갖는 말의 재미는 경박한 개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당선시 : 초분1

 
 
 
장대송
1962년 충남 서산 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초분 1
 
화랭이가 안내한 바닷길 구만리
살은 볏짚으로 덮고
뼈는 갈매기 둥지에 품고 살아가리
남도 바람에 세간일 듣고
관고개 넘나드는 까마귀등에서 날 보내다가
낡은 어선으로 어망질하여
한 삼 년 살다보면
조금 서운해도
품은 뼈에선 극락조가 날으리라
 
팔목의 한은 염기로 녹슬이고
동공은 낙숫물로 씻다보면
두고 온 아내는
3년 길 다간 후에
다시 둥질 틀어 품다보면
사방으로 사방으로
외로운 삼 년이 지나리라
 
아!
서러운 남도 바람에
네 귀는 떨리고
볏집은 흐트러져도
다시 삼 년은 지나리라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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