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시대에는 간악한 아전의 횡포가 심했다. 고상한 글이나 읽으며 세상물정 모르는 수령이 노회한 아전들에게 놀아나고 결국 백성들이 고초를 겪게 되는 것을 다산은 매우 경계했다. 그리하여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아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해 많은 코치를 하고 있다. 〈이전(吏典)〉 부분에 있는, “성질이 편벽하면 아전이 이를 엿보아서 그 편벽된 성질을 충동질하고 농간질을 피운다(性有偏? 吏則窺之 因以激之 以濟其奸 於是乎墮陷矣)”는 주의를 준 것도 그 하나이다. 편벽한 성질은 그것이 강직함이라도 좋지 않다. 강직하기로 유명하고 준엄하여 ‘포염라’라는 별칭까지 얻은 포청천이 아전에게 놀아난 이야기를 들어 보자.
포청천은 다 알 듯이 강직한 성품의 청백리로서, 위엄있고 단호하면서도 예의있는 관리로서 이름 높다. 어떤 백성이 법을 어겨 그의 앞에 끌려가 곤장을 맞게 되었다. 아전에게 수를 썼다. 뇌물을 받은 아전은 계책을 내어 일러주었다. 뇌물 받은 아전이 곤장을 칠 터인데, 이때 부르짖으면서 극구 변명하라는 것이었다. 드디어 그 백성이 끌려나와 심문을 받게 되었다. 그가 아전의 말대로 하자, 아전이 “곤장이나 맞을 일이지 무슨 말이 많은가?”라고 꾸짖으며 몹시 심하게 대했다. 이를 지켜보던 포청천이 분노했다. 이 아전이 어찌 이다지도 권세를 부린단 말인가. 포청천은 건방진 아전을 혼내주고 가엾은 죄인을 관대하게 처분했다. 아전의 농간에 놀아난 것임을 미처 알지 못했다.
다산은 이를 두고 말한다. “소인의 농간은 실로 막기 어려운 것이다. 살피건대 이러한 짓이 이른바 병법(兵法)의 반간(反間)이라는 것이다. 빼앗고 싶을 때에는 주기를 청하고 가두고자 할 적에는 풀어놓기를 청하며, 서쪽을 원할 적에는 동쪽을 건드리고 왼쪽을 차지하고 싶으면 오른쪽을 끌어서 편벽된 성질을 충동질하니, 명석한 판단력을 가진 포염라(包閻羅)도 그 술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찌 한탄스럽지 아니한가?”
다산의 결론은 이렇다. “군자가 마음 갖기를 공평히 하여 모든 일에 먼저 자신의 견해를 세워 바깥의 사물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노여움을 다른 데로 옮겨 풀지 않아야 아전이 농간을 피울 수 없게 된다.” 이 어찌 아전을 단속하는 옛 수령에만 해당하리오. 공평심과 주견을 견지해서 외양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오늘의 상관, 오늘의 리더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것이다.
글쓴이 / 김태희(다산연구소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