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5·18문학상(제10회) 시 부문 심사평 - 황지우, 나희덕, 신형철

문근영 2014. 5. 7. 16:18

5 18 문학상 최종심에서 저의 응모작 꽃씨의 수화외 6편에 대한 심사평입니다 아쉽게 당선작은 되지 못했지만 ." 본심에 오른 작품만을 놓고 본다면, 이들 작품의
수준은,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의 본심과 비교했을 때 우열을 쉽게 가리기 어려울 정도
로 뛰어났다. 문학상의 권위는 오로지 응모작의 우수성이 부여해주는 것일 뿐이다. 이만하
면 5・18문학상의 권위를 흔쾌히 인정해도 좋으리라" 는 심사위원님들의 말씀을 위로로 삼고 더욱 열심히 창작에 힘쓰겠습니다 

 

「꽃씨의 수화」 외 6편에서 특히 빼어난 시는 「꽃씨의 수화」였다. 이 시는 광주항쟁 초기
사망자 중 한 사람인 김경철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사
한 유형의 시들이 고루함과 생경함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빼어
나다. 과거와 현재, 상처와 극복, 현실과 이상이라는 대립적 구도가 시를 안정적으로 떠받치
고 있으며, 꽃씨와 수화의 이미지도 제 몫을 아름답게 해낸다. 부분적으로 어색한 표현들이
있지만, 여느 응모작들보다 한결 더 진실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 응
모자가 함께 보낸 다른 작품들의 수준은 이만하지 못했다.

 

 

5·18문학상(제10회) 시 부문 심사평
황지우, 나희덕, 신형철
세 사람의 심사위원(황지우 나희덕 신형철)이 각자 진행한 예심에서 추려낸 본심 진출작
의 리스트는 거의 일치했다. 특수한 취향에만 호소하는 작품들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을 넉
넉히 만족시키는 작품들이었다는 뜻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만을 놓고 본다면, 이들 작품의
수준은,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의 본심과 비교했을 때 우열을 쉽게 가리기 어려울 정도
로 뛰어났다. 문학상의 권위는 오로지 응모작의 우수성이 부여해주는 것일 뿐이다. 이만하
면 5・18문학상의 권위를 흔쾌히 인정해도 좋으리라.
총 여덟 분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반성」 외 5편, 「하숙방 참사」 외 4편, 「고장 난
체육시간」 외 9편, 「반디의 시위」 외 7편, 「구름일기」 외 6편, 「말을 하고 있었네」 외 6편,
「눈동자」 외 6편, 「꽃씨의 수화」 외 6편.
「반성」 외 5편은 ‘반성’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천착하고 있는 일련의 연작시들인데,
상투적인 인식과 표현을 배반하고 말겠다는 시인 자신의 긴장 상태가 작품 전편을 관통하고
있고, 말을 하는 방법은 산문적인데도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유려한 리듬이 형성되게 만드
는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수련을 한 (아니면 그렇게 느껴지게 하는 기교를 갖고
있는) 응모자로 보인다. 그러나 연작 전체를 보면 뛰어난 결과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개별
작품들이 각자 홀로 설 수 있을 만큼의 독자적 완성도를 갖고 있지 못해서 그중에서 특별히
우수한 한 편을 고르기가 어렵다(즉, 당선작이 될만한 작품은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결함
으로 지적되고 말았다.
「하숙방 참사」 외 4편은 5․18의 참상을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그려내고 있어
서 주제의식이라는 측면에서는 5‧18문학상의 취지에 잘 근접해 있다. 여리고 민감한 감수성
으로 일상과 기억, 산 자와 죽은 자 사이를 넘나들며 죽음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한다. 그러
나 소재의 핍진성에 비해 시상을 전개시키는 힘이나 표현력은 다소 떨어진다.
「고장 난 체육시간」 외 9편은 다채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부조리한 현실과 역사의 폭력
성을 그려내는 솜씨가 활달하다. 「양치기 소년의 증언」에 나타난 잔혹동화나 「죽음의 춤」에
나타난 이발사의 우화, 「귀 먼 자들의 도시」에 나타난 환청과 시체놀이 등은 단순한 알레고
리가 되고 만 것이 아니라 풍부한 전언들을 함유하고 있어서, 5․18을 직접 다루지는 않지
만, 은유적이고 메타적인 시선으로 역사적 상처를 보편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
가할 만하다. 그러나 「고장 난 체육시간」이나 「사기인간지구력」 같은 미숙한 작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시적 완성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지 않은가 한
다.
「구름일기」 외 6편의 경우 보내온 시가 모두 골고루 뛰어나지만 「나무도마」와 「살아있
는 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후자는 한 문장도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 할 만큼 잘 짜인 시
다. 80년 5월에 대한 책을 읽다가 책에 나오는 어느 아름다운 죽은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
하는 일이, 하늘의 별을 향해 전화를 거는 일이 되고, 그 별이 다시 책갈피에 끼워져 있는,
지금도 살아 있는 별이 되는 이 상상력의 흐름이 아름답다. 그러나 80년 광주를 제재로 삼
았으되 그로부터 새로운 역사적・실존적 인식을 생산하는 데 이르지는 못했다는 점, 기타
다른 시들의 ‘단정한’ 완성도가 ‘소박한’ 인식론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대

상으로 천거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고 있었네」 외 6편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인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룬 연작
들이라는 점에서 5․18의 또 다른 타자를 발굴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 비극적인 죽음을 증언
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한편 한편에 진심어린 노력이 투여돼 있다는 것
이 충분히 느껴지지만, 시적 형상화는 전반적으로 소박하다.
「눈동자」 외 6편은 언어적 감각이 섬세하고 신선하며, 전체적으로 시적인 완성도가 높
은 편이다. 일상의 풍경 속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예민하게 포착해내고 그것을 오래
되새김질한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이 내성적이고 개인적인 목소리는 충분히 독창적이고 매
력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5․18문학상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대상으로 선정하
기는 어려웠다.
「꽃씨의 수화」 외 6편에서 특히 빼어난 시는 「꽃씨의 수화」였다. 이 시는 광주항쟁 초기
사망자 중 한 사람인 김경철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유사
한 유형의 시들이 고루함과 생경함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빼어
나다. 과거와 현재, 상처와 극복, 현실과 이상이라는 대립적 구도가 시를 안정적으로 떠받치
고 있으며, 꽃씨와 수화의 이미지도 제 몫을 아름답게 해낸다. 부분적으로 어색한 표현들이
있지만, 여느 응모작들보다 한결 더 진실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 응
모자가 함께 보낸 다른 작품들의 수준은 이만하지 못했다.
결국 대상은 「반디의 시위」 외 7편을 응모한 김완수씨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데 심사위
원들은 흔쾌히 합의할 수 있었다. 「반디의 시위」와 「혀짤배기 사관」이 특히 인상적이었는
데, 둘 중 「반디의 시위」를 대상작으로 선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응모작 대부분이 골고루
우수했거니와, 심사위원들의 아래 논평은 이 응모자의 투고 작품 전반에 대한 것이다. 골자
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오랜만에 김수영의 시를 다시 읽는 것 같은 강렬한 부정의 정신과 그 심지에서 타오르
는 시적 사유가 돋보인다. 군데군데 다소 자의적인 어색함이 시를 뻣뻣하게 경화시키는 대
목이 있지만, 텍스트 안에 스스로 꿈틀대는 사유의 근육이 완강하게 느껴진다.”(황지우)
“간결하고 담백한 시어로 대상을 정확하게 조준해내는 집중력이 있고, 시적인 논리나
구조가 탄탄하다. 5‧18이라는 사건의 재현보다는 폭력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풍자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주제의식을 확장하고 있다. 지성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딱딱하거나 도식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서정적 온기와 비판적 의식이 적절한 협업을 통해 균형감을 유지하
고 있기 때문이다.”(나희덕)
“시에서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것이 언제나 제1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도무
지 하고 싶은 말 자체가 없어 보이는 시들을 읽다가 지칠 때 즈음이면, 자신이 무엇을 말하
려고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고 그것을 백퍼센트의 상태로 전달하기 위해 역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들 앞에서 반가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품들이 그러했다. 특히나 5‧
18문학상이니, 이러한 장점이 더 크게 대접받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는 한편 시적 표
현의 묘를 놓치지도 않고 있으니 여러모로 모범적인 작품들이라고 해야 하겠다.”(신형철)
김완수씨의 수상을 세 사람의 뜻을 모아 경하(敬賀)한다. 세월호의 비극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물음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와중에 5‧18문
학상 수상작이 우리의 분노와 슬픔을 논리화하고 역동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우리 심사위원들의 마음은 전혀 엉뚱하거나 과도한 것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출처 : 대구 문학 - 시야 시야
글쓴이 : 문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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