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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조 짓기 첫걸음 - 제 5 강 행과 연은 이렇게 / 김상은 시인

문근영 2014. 5. 1. 15:39

시조 짓기 첫걸음

 

김상은 시인

 

제 5 강  행과 연은 이렇게

 

  고시조의 대부분은 초장, 중장, 종장을 행(行) 구분 없이 줄글로, 그것도 종으로 죽 내리썼으며 띄어쓰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개화기에 이르러 시조 3장을 3행 단연으로 표기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1906년의 大丘女史의 <血竹歌>나 육당 최남선(1890~1951)의 <百八煩惱>(1926)에 실린 작품들이 그 예라고 한다. 물론 육당의 이 시집 작품들 중에는 행이나 연을 달리한 것도 있다. 이 시기부터 평시조는 3행 단연으로 표시하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었다. 오늘날에도 이 3행 단연의 전통은 그 기본으로서 그대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개성과 정서에 따라 시조의 행과 연이 자유분방하게 여러 모양으로 표현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시대의 변화가 낳은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행과 연의 다양한 모습들의 예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안해

 

  김 상 옥

 

내 앓고 누웠으면 밖에도 안 나가고

기침이 좀 늘어도 참새처럼 재재기고

남남이 겨운 그 情은 내게 이러하도다.

                          (3행 1연)

 

 

어느 날

 

  김 상 옥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겄네.

                             (3행 3연)

 

 

죽(竹)

 

  이 호 우

 

곳 따라 매듭지어

헤플까 가다듬고

 

안으로 가꾼 여백

휘일망정 이겨 서서

 

옥같이 생애를 다루어

철 다를 줄 몰라라.

         (6행 3연)

 

 

너만 혼자 어디로

 

       김 상 옥

 

겨울

호반에까지

내려온 상수리나무

 

옷 벗은

나무 그림자

물 위에 누워 있다.

 

여기는

다들 여전한데

너만 혼자 어디로?

        (9행 3연)

 

 

 

  이 영 도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7행 3연)

 

 

가을 밤

 

  이 해 완

 

뀌뚜라미여,

잠시

울음을

그쳐다오

 

시방

하느님께서

바늘귀를

꿰시는 중이다.

 

보름달

커다란 복판을

질러가는

  (15행 3연)

 

 

목숨

 

  이 지 엽

 

꾸부정한 할머니가

아기를 들쳐 메고

부셔진 양철 대문 앞

재우 가누며 서 있다

 

담벼락 괴발개발로

 

접붙입니다 환영

      (6행 3연)

 

 

고향 길

 

  이 종 문

 

  내 고향 사투리는 울퉁불퉁 자갈밭 길, 럭비공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자갈밭 길

 

  문디야, 가시나들아, 누가 자바뭉나……

                              (2행 2연)

 

 

무제無題

 

  조 동 화

 

  오늘 저 나무들의 파릇파릇 눈뜨는 것은 이 며칠 새들이 와서 재잘거렸기 때문이다 고 작은 부리로 연방 불러냈기 때문이다.

                                    (1행 1연)

 

 

 

-'월간 한비문학'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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