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짓기 첫걸음
김상은 시인
제 5 강 행과 연은 이렇게
고시조의 대부분은 초장, 중장, 종장을 행(行) 구분 없이 줄글로, 그것도 종으로 죽 내리썼으며 띄어쓰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개화기에 이르러 시조 3장을 3행 단연으로 표기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1906년의 大丘女史의 <血竹歌>나 육당 최남선(1890~1951)의 <百八煩惱>(1926)에 실린 작품들이 그 예라고 한다. 물론 육당의 이 시집 작품들 중에는 행이나 연을 달리한 것도 있다. 이 시기부터 평시조는 3행 단연으로 표시하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었다. 오늘날에도 이 3행 단연의 전통은 그 기본으로서 그대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개성과 정서에 따라 시조의 행과 연이 자유분방하게 여러 모양으로 표현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시대의 변화가 낳은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행과 연의 다양한 모습들의 예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안해
김 상 옥
내 앓고 누웠으면 밖에도 안 나가고
기침이 좀 늘어도 참새처럼 재재기고
남남이 겨운 그 情은 내게 이러하도다.
(3행 1연)
어느 날
김 상 옥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겄네.
(3행 3연)
죽(竹)
이 호 우
곳 따라 매듭지어
헤플까 가다듬고
안으로 가꾼 여백
휘일망정 이겨 서서
옥같이 생애를 다루어
철 다를 줄 몰라라.
(6행 3연)
너만 혼자 어디로
김 상 옥
겨울
호반에까지
내려온 상수리나무
옷 벗은
나무 그림자
물 위에 누워 있다.
여기는
다들 여전한데
너만 혼자 어디로?
(9행 3연)
비
이 영 도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7행 3연)
가을 밤
이 해 완
뀌뚜라미여,
잠시
울음을
그쳐다오
시방
하느님께서
바늘귀를
꿰시는 중이다.
보름달
커다란 복판을
질러가는
기
러
기
떼
(15행 3연)
목숨
이 지 엽
꾸부정한 할머니가
아기를 들쳐 메고
부셔진 양철 대문 앞
재우 가누며 서 있다
담벼락 괴발개발로
접붙입니다 환영
(6행 3연)
고향 길
이 종 문
내 고향 사투리는 울퉁불퉁 자갈밭 길, 럭비공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자갈밭 길
문디야, 가시나들아, 누가 자바뭉나……
(2행 2연)
무제無題
조 동 화
오늘 저 나무들의 파릇파릇 눈뜨는 것은 이 며칠 새들이 와서 재잘거렸기 때문이다 고 작은 부리로 연방 불러냈기 때문이다.
(1행 1연)
-'월간 한비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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