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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북리뷰] 천년 고도의 본적本籍을 지키는 장승

문근영 2014. 4. 26. 11:19

 

[북리뷰] 천년 고도의 본적本籍을 지키는 장승
 
서대선
신라적 골목
국당마을에 들어서면
허물어진 절터 주춧돌을 타고
사철 파들파들-
풋성귀가 몸을 털고 일어선다.
 
선도산을 끼고 남산을 품에 안고 걷는
국당마을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이 땅의 봄을 먼저 알리는
쑥 냄새가 난다.
 
일천 년 세월 온 누리에 엮어
머리 위에 학을 날리는
오능 숲 청솔 그늘에 앉아
역사의 흙더미 속에 가슴 헐고 입을 맞대는
너와 나의 긴긴 이야기
딸기로 익고 오이로 열린다.
 
청경림 숲 머리 아침 해가 뜨면
선잠을 깨워주는 홍륜사 목탁소리
문천蚊川서천西川 합수골에 모래알로 맺힌다.
 
  -내가 살던 국당마을

 
# 1955년 제2회 <학원문학상>을 수상하고 1956년 <대구일보>, 1957년 <영남일보>, 1964년 <세계일보>에 신춘문예 시가 당선되었으며, <현대시학>에 박목월선생의 추천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한 서영수 시인의 시집 <바람의 고향>이 출간 되었다. 서영수 시인은 경주 시인이다. 경주를 생각하면 서 시인이 떠오른다. 서 시인은 신라의 정신, 신라의 향기를 고스란히 지닌 채 천년 신라의 역사와 삶을 시로 승화 시켜온 시인이다. 그는 천년 고도의 본적本籍을 지키는 장승같은 시인이다.
 
장승은 전통적이며, 전통을 지키려는 우리나라의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사람 모양의 목상이나 석상을 말한다. 민간신앙의 한 형태인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서 시인과 마주 앉아 차라도 한잔 나누면 느끼게 되는 인상이 그러하다. 그는 소탈하다. 부드럽고 정이 넘쳐 금세 이웃집 아저씨와 있는 듯 편안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이웃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런 친화력은 어디서 오는가? 그의 깊고도 고즈녁한 표정과 모습은 천년 신라의 고도 경주慶州를 닮아있다.
 
서 시인을 기억하는 일화를 소개한다. 장윤익 선생과 뜻을 같이한 서영수 시인 김성춘 시인 등이 혼신의 열정으로 동리목월 문학관을 정비하던 초기에 아직 경주시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밤낮으로 동리목월 문학관 설립과 운영에 참여하시던 시절로 기억 된다. 이건청 시인과 목월시인의 서고를 정비하려 들렸을 때, 아주 나직하고 진정어린 목소리로 동리목월 문학관 정비를 돕는 여직원의 보수가 지속적으로 확보되기 위한 방법을 진지하게 걱정하며 대책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서시인의 모습을 만나고 가슴이 따끈해 졌다. 물론 서시인 자신은 무보수로 스스로 기쁨과 열정에 넘쳐 서 시인 자신의 시간과 온 몸을 다하여 참여하고 있었다. 그때 서 시인의 모습이 참으로 넉넉하고 후덕해 보였음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열정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느끼며 경주의 시 정신만이 아니라 경주 사람의 천년의 마음이 고스란히 응집되어 보였다.  
 
“신라적 골목/국당마을에 들어서면/허물어진 절터 주춧돌을 타고/사철 파들파들-/풋성귀가 몸을 털고 일어선다./선도산을 끼고 남산을 품에 안고 걷는/국당마을 사람을 만나면/언제나 이 땅의 봄을 먼저 알리는/쑥 냄새가 난다.(내가 살던 국당마을 중 일부)”서 시인은 알고 있다. 천년 고도 경주는 단순히 죽은자들을 경배하고 기억하는 과거형의 도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 시인은 보고 있는 것이다. 서 시인이 내 딛는 경주 어느 곳에서도 천년 전 신라인의 마음이 현재에 숨 쉬고 있고, “허물어진 절터 주춧돌을 타고” “사철 파들파들-/몸을 털고 일어서는” “풋성귀” 모습의 신라의 정신을 만나고 있으며, “이 땅의 봄”냄새인 “쑥”냄새를 통해 민초들의 향기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호적제도가 폐지되면서 본적本籍은 없어지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등록기준지제도가 시행되었다. 이런 제도의 변화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제도의 변화일 뿐이다. 사람들의 의식 무의식 속에는 자신의 본적本籍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성장하면서 자신의 자아 정체성 형성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주소住所를 옮길 때마다/본적本籍은 저만큼 떨어져 서 있다./잡으면 잡을수록 도망가 서있는/그의 가슴속에/아들 낳고/딸 낳은/나의 방房이/사철 따뜻이 잠자리를 하고 있어,/해 뜨는 동쪽 방향을/몰라도/아침은 어김없이 찿아와/나를 불러내고 있다./주소住所를 옮길 때마다/본적本籍은 고향집 장승처럼 서서/동구를 지키다가(본적本籍 중 일부)” 서 시인은 이사를 하면서도 늘 자신의 본적本籍과의 물리적 거리를 의식한다. 오늘날 도시 아파트에 살면서 집이 주거와 안식처가 아니라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돈만 된다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아파트 유목민들에겐 서 시인의 이러한 본적本籍 의식이 새삼스럽거나 낯설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신의 뿌리가 천년쯤 되는 역사의식을 가진 서 시인은 이사를 하여도 언제나 본적과의 거리를 느끼며 유년시절 각인된 자신의 정신적 뿌리인 본적本籍은 “고향집 장승처럼 서서” 서 시인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보았지/남산과 선도산이 얼굴 맞대고/사랑의 밀어密語처럼/우리의 언어를 풀어내고 있는 현장을(경주 중 일부)”에 이르면 서시인의 경주사랑은 그의 삶과 시정신의 근원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경주慶州라는 천년 고도를 시로 승화시켜가며 경주를 지키려는 시 정신의 장승이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나는 알았지/삼화령에 바친 차향茶香이/노송老松가지에 날아든 솔거의 새가/누더기 옷에 펄럭인 백결의 바람이/하나로 하나로만 타오르던/명활산성 봉화불이/새 천년 안테나에 걸려/유네스코 언덕배기에 불을 지피는/경주慶州를.(경주慶州 중 일부)”이라고 노래하는 서 시인에게선 경주 마을 어귀를 지키는 장승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2000년 12월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년 고도 경주慶州를 가슴에 안고 자랑스레 어깨를 펴고 한껏 웃고 있는 경주 마을 어귀 장승의 커다란 입속에서 낭랑하게 서 시인의 빛나는 시 귀절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서영수 시인은 1937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경주중고등학교를 거쳐 중앙대학교(구 서라벌)문예창작과를 졸업 하였다. 1955년 제2회 “학원문학상” 수상, 1956년 대구일보, 1957년 영남일보, 1964년 세계일보에 신춘문예 시가 당선되었으며, <현대시학>을 통해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시작활동을 하였다. 시집으로 <별과 야학>, <낯달>, <東田詩抄>, <경주하늘>, <선도산 일기>, <엊저녁 달빛>등이 있다. “경북문화상”, “금오대상”, “금복예술상”, “한국예술문화상”, “경주시문화상”등을 수상하였다. 경상북도문인회장, 국제펜클럽경북운영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고문, 동리목월문학관운영위원장, 한국예총경주지회장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계간문예] 값,10,000원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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