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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63> 장지성 시인의 "가을 과수원"

문근영 2014. 2. 14. 10:52

 

<윤종남의 시읽기 63> 장지성 시인의 "가을 과수원"
편집국, 2011-09-07 오후 08:46:44  
 
<가을 과수원>

늦가을 사과밭은 만조 이룬 바다이다

과물果物의 속살 깊이 아우르는 햇살들이

알알이 색상이 되어 마음마저 밝히는가.

얼마쯤 떠 흘러야 꿈결처럼 부침되나

울타리를 타고 넘는 함묵의 저 바람결

받침목 무게를 실어 바리 되어 오는가.

밤이면 불을 혀는 집어등集魚橙 부신 둘레

일렁여 살 비비는 해조음 수초들이

달빛도 찌가 되어서 서절마저 낚는가.


<장지성시인의 약력>
충북 영동
서라벌예대 문창과 졸업
1966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딸기밭 소묘」 당선
1967 공보부 신인예술상 문학부문 「구약신서」 소설 특상 수상
1969 【시조문학】「과수원 마을」 3회 천료
시집 『풍설기』『겨울 평전』『제목을 팽개쳐 버리고 싶은 시』『꽃 진 자리』등
1987제7회 정운시조문학상.
2002충북문학상.
2005제6회 월하시조문학상 수상

유성호 평론가의 해설을 본다
시인의 일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과밭’은, 늦가을이 되어 만조를 이룬 ‘바다’로 변신한다. 과물의 속살을 이루었을 오랜 햇살과 알알이 색상이 갖추어진 사과들이 마음을 밝히는 가을, 이 때 우리는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라고 노래한 릴케를 연상하게 된다.
가을의 풍요로운 성숙을 준비했던 여름은 위대했다고 말하면서, 릴케는 절대자에게 마지막 완성을 기도한다. 거기 성숙한 존재들은 과일, 포도주 같은 자연 사물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등장하는 외롭고 쓸쓸한 존재들은, 고독과 방황을 거듭하는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표상한다. 그런데 시인의 시편에는 이러한 외로움과 쓸쓸함을 넘어서는 함묵 緘黙의 역동성이 있다
그때 마치 ‘사과밭’은 바다처럼 밤이면 불을 혀는 집어등이 눈이 부시고, 달빛이 찌가 되어 그렇게 지나간 한 세월을 낚고 있는 곳으로 바뀐다. 결국 자연 사물을 통해 바라보는 시인의 생의 형식은, 소멸 자리에서 새로이 신생하는 존재자들을 응시하고, 차분하게 사물을 통해 심미적 결정들을 길어 올리고, 궁극적으로는 함묵의 바람결을 타고 오는 대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는 데서 완성된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장지성 시조 미학이 고유하게 내장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내질이 아닐 수 없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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