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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 오정국 - 반달호수*

문근영 2014. 2. 14. 10:51

 

이 아침의 시 / 오정국
 
서대선

반달호수*
 
비무장지대 태풍고지에서 바라본 북녘 산하, 거기에도
가을볕이 좋았다 거기,
반달모양의 어여쁜 호수 하나
 
달처럼 차오르고 이울다가
멎어 버린 시간들, 쏟아지는 포탄과
주검과
비바람이 일궈 놓은, 그토록 함초롬히 피어나는
반달의 눈초리를 본 적 없었다
 
울지 말자, 반달무늬가 이쁜 건 어쩔 수 없다
 
이젠 뒤집을 수 없는 주검들의 피와
살과
뼈의 참혹했던 통증들,
그 통증들이 아릿하고 눈부신 통로가 되어
 
철조망 이쪽에서도 반달호수는 아름다웠고
거기에도 또 반달이 떠오르고
울지 말자, 반달무늬가 이쁜 건 어쩔 수 없다
 
                                            *비무장지대 노리고지 밑의 호수 이름
 
 
# 탈 이데올로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성자의 유골”처럼 이데올로기를 끌어안고 사는 나라, 땅위에 금 그어 두고 두 눈 부릅뜬 채 서로 가지도 오지도 못하게 하는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에 떠오르는 태양은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비추어 준답니다.
 
“가을볕“은 비무장지대도 남과 북으로 갈라놓은 휴전선에도 공평하군요. 가을볕이 좋은 날 ”비무장지대 태풍고지에서 바라본 북녘 산하“ 북쪽 비무장지대 노리고지 밑에 ”함초롬히 피어나는/반달의 눈초리를“가진 ”반달모양의 어여쁜 호수 하나“있군요. ‘6. 25때 쏟아진 포탄으로 노리고지의 흙이 호수로 흘러내렸고 둥근 호수가 반달 모양으로 바뀌면서 반달 호수라고 부르게’되었다는 바로 그 호수에도 ”가을볕“은 가득하군요.
 
시간은 앞으로만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젠 뒤집을 수 없는 주검들의 피와/살과/뼈의 참혹했던 통증들”을 조용히 품어 안고 말이 없는 “반달호수”는 “달처럼 차오르고 이울다가/멎어 버린 시간들”이 우리에게 “아릿한” 기억의 통로를 열어주고 있군요.
 
그래요, 더 이상 “울지” 말고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남과 북이 함께 하는 그 날 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거예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문화저널21'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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