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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종남의 시읽기 85>김선호 시인의 “퇴행성”

문근영 2014. 2. 14. 10:48

<윤종남의 시읽기 85>김선호 시인의 “퇴행성”
편집국, 2011-10-11 오전 09:46:34  
 
<퇴행성>

돌아보면 아득히 참 멀리도 흘러왔다
뱃속에서 열 달
아니, 전생은 좀 길었나
지나온 길목 길목마다 새록새록 돋는 별

때로는 금성처럼 새벽을 깨우다가
혹은 화성으로 갖은 애를 태우다가
무작정
주변을 맴도는 어지러운 토성이다가

아, 정녕
더는 갈 수 없는 이승의 막바지에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수백 광년 강가에서
마지막 사력을 다해 제 몸 태워 빛나는 별


<김선호시인의 약력>
조선일보신춘문예당선(1996)
시조집<창공에 걸린 춤사위>, <공생시대>
행우문학, 충북시조, 나래시조 동인
충청북도 투자정책팀장

리강룡 시인의 해설을 본다
‘퇴행성’이란 무엇인가. 우선 사전에서는 “조직 또는 세포가 어떤 원인으로 인하여 기능이 감퇴나 정지를 가져오는 현상, 또는 신진대사의 장해가 발생된 결과 조직 또는 세포에 나타나는 위축, 변성, 괴사 등의 변화를 통틀러 일컬음.” 이라 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시인은 ‘퇴행성(退行性)’의 ‘성(性)’과 별의 음인 ‘성(星)’이라는 두 개의 동음이의어를 놓고 이에서 유추하여 나이를 먹으면서 퇴화하는 몸의 기능을 시로 짜 내고 있음이 이채롭다.
첫 수 종장에서는 자신의 나이테를 먼저 짚어보고, 전생과 어머니 뱃속에서의 시간, 그리고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살아오는 인생길에서 있었던 일들을 “지나온 길목 길목마다 새록새록 돋는 별”로 표출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첫 수에서 지나온 삶의 길가에 수없이 흩어져 잇는 일들은 모두가 반짝이는 별이 되어 돋는다고 하였으니 그 ‘돋는 별’들이 어떤 별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거기에는 ‘새벽을 깨우는’는 영롱한 금성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별도 있고, 더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 그저 희미하게 깜박이기만 하는 것도 있고 때로는 토성의 갓의 모여 있는 수없는 미소 위성처럼 한 데 뒤섞여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것도 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일들의 속성을 떠올려 그와 유사한 별의 속성을 찾고 이것들과 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셋째 수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 드디어 죽음 앞에 섰을 때로 비약하고 있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제 몸 태워 빛나는 별”은 무엇일까. 죽음의 순간까지 놓을 수 없는 그 무엇, 살아가는 목표 또는 그 이유 등의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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