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남의 시읽기 86>김윤 시인의 “빈 간장 항아리” |
| 편집국, 2011-10-14 오전 10:45:35 |
비운 지 삼년이 지난 간장 항아리에 아직도 소금발이 서 려 있다 절여진 시간이 내려앉고, 우려내고 씻어내도 항아리 내벽에 붙어 있는 마른 바다의 숨소리 뜨거운 채 하얗게 꽃 피우고 있다 한때는 짙푸른 여름 콩꽃이었을 그 하늘 비어 있다 곰삭은 욕망이 빈 항아리 가득 배를 채우고 빙열 같은 실핏줄을 태우고 있다 알을 다 내보낸 내 애기집 속에도 바 람 아직 소금처럼 달고 더운 숨결 가득 부둥켜안고 있나 간 장이 익어가듯 달여진 세월이 물푸레나무처럼 흔들리고 있 나 햇살 가득한 뒤꼍 빈 항아리는 목이 탄다 내 안 가득 피어나는 소금꽃 <김윤시인의 약력>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으며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맹문재 시인의 해설을 본다 “항아리”는 우물과 같이 여성성을 상징한다. 항아리 속에서는 생산과 욕망의 비밀이 숨겨져 있고 삶의 기억들이 뿌리내려져 있다. 항아리는 여성적 리비도의 공간이자 세계이다. 항아리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한때는 짙푸른 여름 콩꽃이었을 그 하늘” 같이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얼굴이 물결치는 것이 보인다. 그러면서 “알을 다 내보낸 내 애기집 속에도 바람 아직 소금처럼 달고 더운 숨결 가득 부둥켜안고 있”는 것도 보인다. “곰삭은 욕망이 빈 항아리 가득 배를 채우고 빙열 같은 실핏줄을 태우고 있”지만 “간장이 익어가듯 달여진 세월이 물푸레나무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도 보인다. 그리하여 “빈 항아리는 목이 탄다.” 자신과 함께 “세월”의 흔적들이 지워져가고 있지만 순순히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우려내고 씻어내도 항아리 내벽에 붙어 있는 마른 바다의 솜소리 뜨거운 채 하얗게 꽃피우”려는 것이다. 시인의 “항아리”에 대한 “욕망”은 서려 있는 “소금발”로, 하얗게 꽃피우고 있는 “바다의 숨소리”로, 태우고 있는 “실핏줄”로, 달고 더운 “숨결”로, 그리고 피어나는 “소금꽃” 등으로 상징화 되고 있다. 그리하여 시인의 항아리는 소금발이 되기도 하고 바다의 숨소리가 되기도 하고 실핏줄이 되기도 하고 숨결이 되기도 하고 욕망의 섬인 소금꽃이 되기도 한다. <제주인뉴스 윤종남논설위원> -'세계로 열린 인터넷신문 제주인뉴스' 에서 |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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