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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에서
관촌에 오니 가을은 눈뜨고 나보다 먼저 와 있는 키 큰 쑥대 밀린 방학숙제로 두근거리던 내 어린 날이 투망에 걸린 채 파닥이고 있었다. 불타는 욕망은 수천의 구름집에 빨려가고 물 속에서 폈다쥐는 아이들의 주먹 속에 내 일상이 유예될 때 낯익은 바람떼 들 하얀 갈밭 사이에서 역장의 통과 신호를 흉내 내고 있었다 이제 옥수수는 옥수수끼리, 잡힌 은어는 은어끼리 어느 것이나 당당하여 유언도 없더라 저문 관촌 들녘에서 산이 산을 부르고 물이 물을 부를 때 나는 끝내 아이들을 부르며 훠이훠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여문 씨앗들이 가을 햇살 아래서서 “어느 것이나 당당하여” “산이 산을 부르고 물이 물을 부”르는 시간입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하루에 약 130종의 생명체들이 지상에서 멸종되고 있다는 군요. 순환되는 계절에 따라 당연히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만, 저 들판을 가득 채운 식물들이 인간 삶의 기반이라는 걸 알고 소중하게 지키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불타는 욕망은 수천의 구름집에 빨려가고/물 속에서 폈다쥐는 아이들의 주먹 속에/내 일상이 유예될 때” 가을 들녘으로 나아가 “투망에 걸린 채 파닥이고 있”는 어린 날을 만나볼 수있다면, 아름다운 세상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면 어린 시절처럼 호기심과 열정에 가득차서 세상을 바라보던 것을 잃어버려 아름다운 세상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오늘도 우리는 씨앗도 맺을 수 없는 “허공 꽃”을 피우느라 바둥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을 들녘을 거닐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어 보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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