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꽃의 기도....이민영
길 위에 아직 소멸하지않는 엄니의 숨과
떠날 수 없는 엄니의 온기들이 있었다
그때의 숨소리를 따라 빛의 웃음이 이내 자지면
그 모습은 순간을 파악하려는 듯, 알갱이로는 시원
그 始原인 흔들린 영혼이었다
말은 성찬을 이루고
성모상(聖母像)이 여기는 에덴의 동쪽쯤
어디라고 외치는 찰나
우리들은 그 승화되는 세월의 덧상(想)에서
방관의 한 그룹에 남아
보이지않는 이념으로만 존재했었다 .
여기 슬픈 눈을 아프게하는 것들,
슬픔을 감추고 웃어야하는
눈의 가슴을 아프게하는 것들,
그래서 한없이 멸렬하는 가슴의
학문을 조소해야하는 것들 ,
망각이 그대의 귀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담지말라고 애원하던 것들,
기원을 담는 끽연이 흡착되는 사랑의 터널에서
순치(脣齒)로 혀를 깨물던 것들,
어른거르던 날은 뒤돌아보니
과거의 오늘로 회귀해야한다는 것들 ,
이제 훌쩍 커버린 세상사람들의
할배와 딸의 미소 속에서
'천년사직의 주몽'을 바라보던
십육인치의 웃음이,
다시 돌아가 되돌아오는 상념의 가슴속에
자유- 잃어버린 날을 찾아가는 것들,
그런 날, 날마다 성찬을 준비하고
성모상(聖母像)이 여기는 에덴의 동쪽쯤
어디라고 외치는 날
지피는 가슴애피를 입맞춤으로 위무하는 것들의,
생사의 모퉁이 마다 몸통은 눕혀지고
숨의 나래는 눕다가는 물결 위의,
외로웠으나 스스로 타는,
그가 귀애하고 사랑한 기도는 스스로 소멸하는 것이라는,
젖몸살 시린 방죽 가운데
옆도 뒤도 돌아보지않아
하늘로만 향해 두손 모으고 있었다.
*'천년사직의 주몽'-소설 주몽
출처. 시사랑사람들 2001/ Henry Mancini ~ Gypsy Violin(집시 바이올린)
가시연꽃.... 송종규
호수는 거의 말랐다는 당신이 보낸 엽서 받았습니다
호수 위에 띄우려 했던 가시연꽃은 당분간
우편함 속에 꽂아놓겠습니다
붉은 뻘 흙 꺼칠한 무늬를 내 집 거실 바닥에 그려놓은 걸 보니
지난 밤 악어가 다녀간 듯합니다
반짝 닦인 추억 너머
호수는 지금 얼마나 수런거릴까요
아침에 일어나니 베게가 흠뻑 젖어 있네요
가시연꽃은 조심스레 뿌리 그쪽으로 내리겠죠
이제 그만 오세요 당신
분홍색 꽃잎 등으로 떠받치고
가시연꽃 / 류인서
당신이 보여준 여름 늪지 가시연꽃은 새를 닮았다
봐라, 물의 꽃대 위에 꽁꽁 묶여있는 저것
가시 숭숭한 큰칼을 목에 쓴 사나운 새 한 마리 물 한가운데 갇혀있다
새는 부어오른 목을 바짝 하늘로 치켜든 채 고통스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내가 아직, 찢어져 꽃핀 저 소리의 갈래길을 헤아리고 있는 동안
검은 울대 위에 얹힌 새의 머리는 피묻은 가시관을 닮아간다
가시연꽃/서안나
가시연꽃은
연못을 건너온 젖지 않는 발이다
연못의 부릅뜬 눈이다
세상은 발 딛는 곳마다 위험하다
잎과 꽃잎의 날카로운 가시들이
자신을 향한 적의였다는 것을
가을이 다 가서야 깨달았다
물결과 물결사이
연못은 주름살만 키웠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날카로운 연못의 비명들
적은 내부에 있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을 때
물의 마음에 가시가 돋는다
가시연꽃/ 김봉용
오늘 하루만이라도
짙은 물음표로 살고 싶어
이른 아침 우포늪에 가본다
늪 한 복판
물안개 깔린 잎 방석 위
가시연이 홀로 아침을 먹는다
고전으로 한복 차려입은 그녀는
이슬 먹고 꽃을 피운다
한번 묻고 싶다
무엇이 세상 속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하는지
사랑은 선線을 이어서
길 찾아 가는 것
마음이 와글와글 복잡할 때
한 자리에서 기다려주면
문 열어 줄까
가시연꽃은 1년 초이다.
이듬해 봄에 종자에서 싹이 나야 또 다시 꽃을 볼 수 있다.
가시연꽃의 종자에서 나온 새잎은 늦은 봄이나 돼야 볼 수 있다.
그렇게 늦장을 부려서 언제 잎을 키우고 꽃을 낼까 싶은데도
여름 볕을 받으며 한두 달 사이에 커다란 잎으로 쑥쑥 자라 수면을 덮는다.
늦은 여름 수면 위 무성한 가시로 무장한 꽃대가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면서
예쁜 보랏빛으로 수줍게 꽃이 피어난다.
그 자태는 시인의 표현처럼 ‘고전으로 한복 차려입은’ 모습 그대로다.
그 고귀한 꽃이 ‘세상 속으로 돌아가’ 맵시를 뽐내지 않고 아득한 태고의
적막 속에 스스로를 가둔 까닭은 무얼까.
그나마 살짝 열린 꽃잎도 밤이 되면 다시 닫혀 시원의 꿈속에 빠져든다.
어쩌면 ‘마음이 와글와글 복잡할 때’ ‘짙은 물음표’ 하나를 물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기구원을 모색케 하거나, 가시연꽃의
꽃말이기도 한 ‘그대에게 소중한 행운’을 하나씩 안겨주려는 그윽한 자비의
발로일지도 모르겠다.
닦달 않고 한 자리에서 기다리면 스르르 문이 열릴 수도 있는 일.
.
28.Janury.2014 by Jace
Gypsy Melo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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