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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박형준의「춤」평설 / 박남희

문근영 2014. 1. 20. 08:22

박형준의「춤」평설 / 박남희

 

 

                                                     첫 비행이 죽음이 될 수 있으나, 어린 송골매는

                                                         절벽의 꽃을 따는 것으로 비행 연습을 한다.

 

  박형준

 

 

 

근육은 날자마자

고독으로 오므라든다

 

날개 밑에 부풀어오르는 하늘과

전율 사이

꽃이 거기 있어서

 

絶海孤島,

내리꽂혔다

솟구친다

근육이 오므라졌다

펴지는 이 쾌감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점점 바람무늬로 뒤덮인다

발 아래 움켜쥔 고독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서녘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 동이일까

 

천길 절벽 아래

꽃파도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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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의 시 「춤」은 ‘송골매’의 비행연습이라는 모티브를 통해서 송골매의 삶뿐만 아니라 인간, 특히 시인의 삶과 문학의 핵심을 꿰뚫는 상징성과 긴장감을 보여주는 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절해고도라는 고독한 공간에 살면서 스스로를 혹독한 죽음의 상황에 내몰면서까지 자신을 단련해나가는 송골매의 삶은 시인 자신의 또 다른 자화상이다.

   이 시를 지배하는 주요 이미지는 ‘새’와 ‘꽃’이다. 새는 하늘과 지상의 사이에 존재하는 역동적인 동물이라는 점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서 현세적 삶과 초월을 동시에 꿈꾸는 인간과 닮아있다. 특히 이 시에 등장하는 새인 ‘송골매’는 절해고도의 절벽 틈에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 고독한 새라는 점에서, 고독한 삶 가운데서도 한편의 시를 짓기 위해서 일생을 바치는 시인과 닮아있다. 이 시의 서두에서 송골매가 비행연습으로 ‘꽃’을 따는 행위는 실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서 의도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송골매는 일반적으로 새끼에게 비행연습을 시키기 위해서 꽃을 따게 하지 않고 먹이를 이용해서 훈련을 시킨다. 먹이를 공중에서 떨어뜨리면 새끼 새가 그것을 낚아채는 연습도 그중의 하나이다. 시인이 이 시에서 ‘먹이’ 대신 ‘꽃’을 등장시키고 있는 것은 ‘꽃’이미지를 통해서 폭넓은 상징성을 나타내려는 시인의 의도 때문이다.

   이 시 프롤로그에서 ‘꽃’은 하나의 비행을 위한 도구로 제시되어 있지만 그것은 차츰 송골매의 삶 전체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확산된다. 이 시에 나타난 송골매의 삶을 단적으로 말하면 ‘꽃’을 위한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의 2연에서 “날개 밑에 부풀어오르는 하늘과/ 전율 사이”에 ‘꽃’이 있다는 것은 ‘꽃’이야말로 부풀어오름과 전율을 가능하게 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시인에게 있어서 ‘꽃’은 ‘시’나 ‘사랑’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3연과 4연에서 절해고도에서 내리꽂혔다 솟구치면서도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점점 바람무늬로 뒤덮”이고 “발아래 움켜쥔 고독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송골매가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바람무늬로 뒤덮인다는 것은 시인이 시를 상상하는 동안 상상력이 증폭되는 것도 되고, 동시에 ‘살’로 상징되는 육체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도 된다.

   이 시의 후반부에서 시인은 ‘저녁노을’을 ‘꽃’의 이미지와 중첩시켜놓음으로써 생의 종착지에 이르러서도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지순의 가치가 ‘꽃’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서녘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 동이일까”라는 시인의 진술은 이러한 정황을 잘 말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서녘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은 단지 ‘저녁노을’이라는 이미지만 대입시키면, 새의 삶과 노을 사이의 관념적 괴리가 생겨난다. 새가 평생을 바쳐서 퍼 나른 것이 단지 ‘저녁노을’이라는 것은 관념적일 뿐 설득력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꽃’ 이미지 속에 숨어있는 ‘피’의 이미지를 발견해야 한다. 송골매의 삶이야말로 평생 먹이를 얻기 위해 피와 함께 한 삶이 아니던가. 여기서 피는 육체성과 동시에 현실적인 삶의 첨예한 상징이다. ‘꽃’이 상대적으로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시인이 이 시를 통해서 말하려는 ‘시’ 또는 ‘사랑’이 형이상과 형이하를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인에게 있어서 시와 사랑은 ‘고독’이거나 ‘고통’이기에 앞서서 먼저 ‘춤’이다. ‘춤’을 ‘예술’의 제유로 보면 ‘춤’을 추며 살아가는 송골매야말로 전형적인 예술가의 상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감각적이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언어로 메타시의 전형을 보여준 걸작이라고 할만하다.

 

박남희 (시인)

 

-http://cafe.daum.net/poemory(푸른 시의 방)에서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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