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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 아침의 시 / 유홍준 - 사람을 쬐다

문근영 2013. 12. 29. 16:30

이 아침의 시 / 유홍준

 

 

사람을 쬐다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 신체적 질병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마음의 병이랍니다.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는 외로움은 우울증으로도 전환되어 신체적 질병을 불러오는 무서운 병이지요. 인간의 욕구 중에는 사랑 받고 싶은 욕구와 사랑하고 싶은 욕구가 있답니다. 태어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보호와 양육이 필요한 인간의 경우 이러한 욕구는 생존전략에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랍니다.
 
어머니에게 수유와 양육을 보장 받아야 하는 영아는 “애착(attachment)”이라는 정서적 유대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답니다. 이러한 정서적 유대는 안정과 보호, 양육의 토양 속에서 성장 할 수 있고 후에 대인관계 형성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저(base camp)가 된답니다.
 
“사람이란 그렇다/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피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은 봄이군요. 여성들의 옷들도 화사해 졌고, 매스컴에서도 연일 꽃 소식을 전하고 있어요. 그러나 밝은 세상의 소식만큼 그늘도 있다는 걸 기억 해 주세요. 
 
“인기척 없는 독거/노인의 집/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어 있는 우리의 그늘진 이웃이 이 봄날 외로워 몸도 마음도 아프게 뒤척이고 있겠지요. 어떠세요. 외지고 오래된 그늘에서 외로움의 모르부호를 희미하게 쏘아 올리고 있는 독거의 꽃들을 찿아 사람 온기 따스한 “우리 꽃”을 피워 보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 교수 dsseo@shingu.ac.kr)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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