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대구신문 문학상 "名詩작품상" 수상작] - 멸치를 따다 / 김인강

문근영 2013. 12. 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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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0월1일 금요일    단기 4343년 음력 8월24일(甲申)    Top|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경북| 사설| 오피니언|

 

<좋은시를 찾아서>  名詩 작품상

 

멸치를 따다



김인강

멸치를 딴다
머리를 떼고
몸을 반으로 갈라 내장을 끄집어내고
뼈는 칼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몸통에 붙여 놓았다
그 중 키 큰 한 놈이 마른 눈으로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큰 그물에 걸려 동무들과 함께 올라올 때만 해도
더 넓고 멋진 세상으로 가리라는 희망이 있지 않았을까
펄펄 끓는 바닷물에 삶기어 햇볕에 말려지는 고통을 견디고
몸의 크기에 맞추어 값이 매겨져
머나먼 육지로 떠돌아다니다 만난 너와 나의 운명

정면으로 눈이 부딪혔다

작은 몸으로 넓디넓은 바다에서 버티기까지
얼마나 큰 꿈과 많은 위험을 함께 했을까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먹이사슬의 운명에서 벗어나
행운이라 생각했겠지만 또 다시 큰 그물망에 갇혀
산산이 부서지고 찢어지는 안타까운 운명을 예감했으랴

머리는 떼어져 육수와 쳔연 양념으로 쓰이고
몸은 두 갈래로 찢기어 기름에 튀기고 양념에 묻혀져
발그스레 홍조 띈 모습으로 하얀 접시 위에 새로이 태어난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자신의 몸을 받쳐 한 조각의 뼈도 남기지 않는 살신성인의 정신

내 몸 속에서 멸치가 헤엄을 친다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 활기찬 움직임을 한다
멸치를 딴다
또닥또닥
머릿속은 의식 없는 편안한 웃음으로
멸치가 되어 장기기증 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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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북 상주 출생, 문병란 시인에게 사사, 낙동강문인협회 부회장 역임(2006년),

낙동강문학 초대 편집위원장 역임(2006~2007년), 대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작가회의 회원,

現) 낙동강문학 주필 및 심사부 간사(2008년~),

시집: "느낌이 있는 삶","청솔 아래서","그대 생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멸치를 따다"- 09년 시민문학사 刊



해설) -문병란 <시인, 조선대 명예교수>-

 

지극히 하잘것없는 멸치 한 마리를 두고 약육강식의 바다와 살신성인의 죽음의 현실,

중생의 피와 살이 되어가는 그 과정을 내포적 정서의 미로 표현한 삶의 관조이다.

산산이 해체된 작은 몸뚱이 속에서 따뜻한 연민이,

잔잔히 파문 지는 휴머니티 인간미 넘치는 생명에 대한 외경사상도 감지된다.

멸치의 운명, 그 가련한 생명의 축도 속에서 오히려 인생의 운명을 보고 자신의 자화상까지 보게 된다.

사실은 리얼리티로 그것은 다시 상징으로 평범 속의 비범 인생의 엄숙한 해부도 앞에서

내 자신의 해부를 보듯 엄숙하면서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따뜻한 연민의 정인 것이다. 멸치 한 마리에서 이만한 것을 연상해 낸다는 것.

그의 시적 상상력이 어떠한가. 미루어 알 수 있다

 

  입력시간 : 2010-09-30 18:34:1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이온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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